사주에도 뼈대가 있다, 격국(格局)
여덟 글자를 늘어놓고 점 하나하나를 읽는 단계를 지나면, 그 글자들이 모여 이루는 한 채의 집이 보인다. 사주의 뼈대를 부르는 이름, 격국에서 응용이 시작된다.
한눈에
- 격국이란 · 흩어진 여덟 글자가 모여 이루는 사주의 뼈대, 곧 골조의 이름.
- 어디서 보나 · 주로 태어난 달(월지)을 첫 단추로 삼아 잡는다.
- 왜 보나 · 글자 하나하나의 풀이를 넘어, 사주 전체를 한 채의 집으로 읽기 위해.
- 다시 읽기 · 뼈대는 가능성이지 정해진 운명이 아니다. 좋은 골조도 잘못 지으면 무너진다.
천간과 지지, 십성과 신살을 하나씩 익히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글자는 다 읽었는데, 정작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안 잡힌다. 갑목은 큰 나무고, 식신은 재능이고, 도화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고. 풀이는 다 아는데, 그것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도리어 흐릿해진다.
여덟 글자를 따로따로 읽는 일은, 벽돌을 한 장씩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이 벽돌은 붉고, 저 벽돌은 단단하고. 다 맞는 말이지만, 그래서 이게 무슨 건물이냐고 물으면 답이 막힌다. 벽돌을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집의 모양은 보이지 않는다. 한 발 물러서서 전체를 봐야 비로소 보인다. 아, 이건 지붕이 높은 집이구나. 이건 방이 많은 집이구나.
격국(格局)은 바로 그 한 발 물러선 자리에서 보이는 것이다. 격(格)은 틀이고 국(局)은 판이니, 합하면 사주가 이루는 한 채의 집, 그 골조를 부르는 이름이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사주마다 타고난 뼈대가 다르다. 누구는 곧게 솟은 기둥이 중심이고, 누구는 너른 들보가 중심이다. 그 중심 뼈대가 무엇이냐를 가려내는 일, 그것이 격을 잡는 일이다.
그러면 그 뼈대는 어디서 찾는가. 명리의 오랜 약속은, 태어난 달을 첫 단추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주에서 태어난 달의 자리를 월지(月支)라 부르는데,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온 계절의 기운이 거기 담긴다. 봄에 난 나무와 겨울에 난 나무가 다르듯, 같은 글자도 어느 계절에 놓였느냐로 그 무게가 달라진다. 그래서 격은 대개 이 월지에서 출발한다. 집의 골조를 보려면 가장 굵은 기둥부터 찾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잡힌 격에는 저마다 이름이 붙는다. 재능을 펴는 뼈대를 식신격, 책임과 명예를 세우는 뼈대를 정관격, 배움으로 속을 채우는 뼈대를 인수격이라 부르는 식이다. 이 이름들은 누가 어제 지어낸 말이 아니다. 수백 년 전 명리의 고전들이 이미 같은 자리를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 가령 『자평진전』은 그 뼈대를 살려 주는 글자를 따로 상신(相神)이라 이름 붙여, 집에는 기둥만이 아니라 그 기둥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좋은 뼈대가 곧 좋은 삶인 것은 아니다. 튼튼한 골조로도 집을 잘못 지으면 무너지고, 평범한 골조로도 정성껏 지으면 오래 산다. 격은 타고난 가능성이지, 정해진 결말이 아니다. 어떤 뼈대로 어떻게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글자가 정해 주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며 정한다. 그 뼈대가 무너지기도 하고 도리어 살아나기도 하는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뒤에서 천천히 풀기로 한다. 지금은 다만, 사주에도 뼈대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내 사주의 뼈대가 무엇일까 가늠해 본 적이 있다. 글자를 하나씩 외울 때는 막막하던 것이, 한 발 물러서서 전체를 보니 어렴풋이 한 채의 집 모양이 떠올랐다. 내 사주의 뼈대가 무엇인지 가늠해 보는 일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생김새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일이었다.
벽돌을 한 장씩 보던 눈을 들어, 한 채의 집을 보는 자리. 응용은 거기서 시작된다. 내 사주의 뼈대는 어떤 격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격은 어디서 잡나 (월지가 첫 단추)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