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글자가 다가 아니다, 만세력 곁의 작은 글씨들
만세력을 열면 여덟 글자 곁에 작은 글씨가 잔뜩 붙어 있어 다시 막막해진다. 지장간·십성·십이운성·신살이 무엇이고 어디서 배우는지, 겁먹지 않게 이름부터 짚는다.
한눈에
- 작은 글씨들이란 · 여덟 글자를 더 깊이 읽으려고 곁들여 적는 보조 표기.
- 무엇무엇 · 지장간(땅속 글자)·십성(나와의 관계)·십이운성(기운의 세기)·신살(특수한 기운).
- 어떻게 · 다 외우려 말고, 일간부터 찾은 뒤 나머지는 각자 시리즈에서 차차.
- 다시 읽기 · 표기가 많다고 운명이 더 정해진 건 아니다. 읽을 각도가 늘 뿐이다.
앞 편에서 만세력을 펼쳐 여덟 글자를 찾고, 그중 일간 한 글자를 '나'로 삼는 데까지 왔다. 그런데 막상 만세력이나 사주 앱을 열어 보면, 여덟 글자만 깔끔하게 놓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 글자마다 옆에, 아래에, 작은 글씨와 표가 잔뜩 붙어 있다. 모처럼 일간을 찾아 한숨 돌렸는데, 이 빼곡한 곁글씨들 앞에서 다시 막막해진다.
겁먹을 것 없다. 이 작은 글씨들은 새로운 사주가 아니다. 이미 찾은 여덟 글자를 여러 각도에서 더 깊이 읽으려고 곁들여 적어 둔 보조 표기일 뿐이다. 저마다 이름이 있고, 저마다 따로 배우는 자리가 있다. 그러니 지금은 다 외우려 들 필요 없이, 이게 무엇이고 어디서 배우는지 자리만 알아 두면 된다. 크게 넷이다.
첫째, 지지 글자 아래 작게 붙는 글자들이 있다. 이것을 지장간(支藏干)이라 한다. 땅(지지)이 속에 품고 있는 하늘 기운(천간)이라는 뜻이다. 땅 글자 하나하나는 겉으로는 한 글자지만 속에는 보통 두셋의 기운을 숨기고 있어, 그 숨은 글자를 따로 작게 적어 둔다. 앞서 격을 잡을 때 땅속 기운이 천간으로 솟는다고 했던 그 속 기운이 바로 이것이다. 땅 밑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이 또한 따로 익힌다.
둘째, 글자마다 옆에 붙는 관계 이름이 있다. 비견, 식신, 정관, 편재 같은 말들이다. 이를 십성(十星)이라 한다. 일간, 곧 '나'를 기준으로 다른 글자 하나하나가 나와 무슨 사이인지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누가 나를 돕고, 누가 나를 누르고, 내가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낳는지. 사주 풀이의 살이 거의 여기서 나온다. 그만큼 결이 깊어 따로 한 시리즈로 다룬다.
셋째, 글자 아래 기운의 세기를 적은 표기가 있다. 장생, 제왕, 묘 같은 말들이다. 이를 십이운성(十二運星)이라 한다. 그 글자가 그 자리에서 한창 기운이 오르는 때인지, 무르익은 때인지, 저물어 갈무리하는 때인지를 열두 단계로 매긴 것이다. 사람이 나고 자라고 늙는 한살이에 빗댄 표기라 읽는 맛이 있다. 이 역시 따로 배운다.
넷째, 별표처럼 띄엄띄엄 붙는 특수한 이름들이 있다. 도화, 역마, 천을귀인 같은 말들이다. 이를 신살(神煞)이라 한다. 특정한 글자가 만났을 때 생기는 특별한 기운에 붙인 이름이다. 무시무시한 이름도 더러 있지만 겁먹을 것 없다. 이를테면 도화는 흔히 오해하듯 흠이 아니라 사람을 끄는 매력의 기운이다. 이 또한 하나하나 따로 풀어 가는 자리가 있다.
이렇게 보면 만세력 한 장은, 여덟 글자라는 뼈대 위에 그 뼈대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보조선들이 겹쳐 그려진 셈이다. 땅속을 비추면 지장간이고, 나와의 관계를 비추면 십성이고, 기운의 세기를 비추면 십이운성이고, 특별한 기운을 비추면 신살이다. 한 장의 표 안에 읽는 방향이 여럿 겹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전부 외우려 들 일이 아니다. 일간 하나를 찾아 '나'를 세운 다음, 나머지 작은 글씨는 그저 "아, 이건 그 시리즈에서 배우는 거구나" 하고 자리만 짚어 두면 된다. 하나씩 익히다 보면, 빼곡하던 표가 어느새 또렷하게 읽히기 시작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작은 글씨가 많다고 해서, 사주가 그만큼 더 촘촘하게 정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표기가 늘어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읽을 수 있는 각도이지, 박혀 버린 운명이 아니다. 한 사람을 여러 방향에서 비춰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 그 사람의 길이 더 빈틈없이 적혀 있다는 것이 아니다. 표가 복잡할수록 도리어, 어느 한 줄로 사람을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또렷해진다.
처음 만세력을 펼쳤을 때 그 작은 글씨들이 무슨 암호처럼 무서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름을 하나씩 알고 나니, 무서운 암호가 아니라 여러 색으로 줄이 그어진 한 장의 악보 같았다. 한 번에 다 읽으려 들지 않고 한 줄씩 짚어 가니, 그 줄들이 모여 비로소 한 사람의 곡조를 이루고 있었다.
빼곡한 표 앞에서, 먼저 '나'를 찾고 나머지 작은 글씨는 차차 익히면 된다. 내 만세력의 작은 글씨들 펼쳐 보기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천간 첫 글자, 갑목(甲木)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