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저주가 아니라 한 바퀴, 십이신살(十二神殺)
수백 가지 신살 중에서 열둘은 따로 떠도는 살이 아니다. 삼합에서 풀려나와 열두 지지 위를 한 바퀴 도는 한 벌, 십이신살의 구조를 그림처럼 펼친다.
한눈에
- 무엇인가 · 수백 신살 중 열둘이 한 벌로 묶인 것. 열두 지지 위를 한 바퀴 돈다.
- 어디서 나오나 · 삼합(三合). 열두 지지가 넷씩 손잡아 이룬 큰 기운에서 자리가 정해진다.
- 순서 · 겁살·재살·천살·지살·연살(도화)·월살·망신살·장성살·반안살·역마살·육해살·화개살.
- 다시 읽기 · 떠도는 저주 목록이 아니라, 시작과 절정과 갈무리를 도는 한 바퀴.
신살의 이름을 죽 늘어놓아 본다. 겁살, 재살, 도화살, 역마살, 백호살, 화개살. 하나하나 무섭게 들리는 데다 서로 아무 상관 없이 제각기 떠도는 저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중 열둘은 따로 노는 살이 아니다. 한 묶음으로 함께 도는 한 벌, 십이신살(十二神殺)이다.
이 열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면, 신살을 보는 눈이 한 번에 달라진다. 뿌리는 삼합(三合)이다.
삼합이란 열두 지지가 넷씩 손을 잡아 하나의 큰 기운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신·자·진(申子辰)이 모여 물의 기운을, 인·오·술(寅午戌)이 모여 불의 기운을, 사·유·축(巳酉丑)이 모여 쇠의 기운을, 해·묘·미(亥卯未)가 모여 나무의 기운을 이룬다. 흩어진 글자들이 셋씩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내가 태어난 날의 글자, 곧 일지(日支)가 어느 삼합에 드느냐에 따라 십이신살의 자리가 정해진다. (옛날에는 태어난 해의 글자를 기준으로 삼기도 했으나, 나를 중심에 두는 지금의 셈법은 일지를 기준으로 한다.)
자리가 정해지면 열두 이름이 차례로 얹힌다. 겁살에서 시작해 재살·천살·지살·연살(도화)·월살·망신살·장성살·반안살·역마살·육해살·화개살로, 열두 지지를 한 바퀴 돈다. 그러니 십이신살은 열두 개의 따로 떨어진 운명이 아니라, 한 바퀴를 열두 칸으로 나눈 것이다.
이 바퀴에는 가운데가 있다. 삼합에서 기운이 가장 무르익은 글자, 자·오·묘·유(子午卯酉) 중 하나에 장성살(將星煞)이 앉는다. 장성, 곧 무리를 이끄는 별이다. 기운이 정점에 이른 자리에 우두머리의 별을 둔 것이다. 바퀴의 한복판이 어디인지를 장성살이 가리켜준다.
열둘은 다시 성격에 따라 세 무리로 갈린다. 무언가를 처음 여는 자리인 생지(인·신·사·해)에 겁살·지살·망신살·역마살이 들고, 기운이 한껏 무르익은 자리인 왕지(자·오·묘·유)에 재살·도화살·장성살·육해살이 들며, 거두어 갈무리하는 자리인 고지(진·술·축·미)에 천살·월살·반안살·화개살이 든다. 시작하는 넷, 한창인 넷, 마무리하는 넷. 한 바퀴가 그렇게 세 마디로 숨을 쉰다.
여기서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우리가 앞에서 따로 들여다본 도화살과 역마살도, 실은 이 바퀴의 두 칸이었다. 도화는 왕지에 앉은 연살(年煞)이고, 역마는 생지에서 길을 여는 칸이다. 떠도는 살처럼 보였던 둘이 알고 보면 한 수레바퀴의 살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을 겁먹게 하는 건 늘 '따로 떨어진 것'이다. 맥락 없이 던져진 한마디, 앞뒤 없이 들이닥친 한 글자. 십이신살이 무서웠던 것도 그것들이 제각기 떠도는 저주처럼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바퀴 안에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루가 새벽에서 한낮을 지나 밤으로 닫히고, 한 사람의 삶이 출발과 절정과 갈무리를 거치듯, 십이신살도 그 한 바퀴를 열두 자리로 나눈 것일 뿐이다. 좋은 칸도 나쁜 칸도 처음부터 따로 있지 않다. 바퀴가 돌면 누구나 그 열두 자리를 차례로 지난다.
내 바퀴의 어느 칸이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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