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자리에서 깊어지는, 월살(月煞)
메마르고 고갈된다는 살, 별칭은 고초살. 그러나 물기가 마른 자리에서는 도리어 안이 깊어진다. 겉의 풍요가 줄어든 만큼 자라나는 직관과 통찰로 월살을 다시 읽는다.
한눈에
- 한자 뜻 · 달 월(月), 살(煞). 별칭 고초살(枯草煞), 마를 고·풀 초. 마른 풀처럼 시든다는 뜻.
- 어떻게 생기나 · 일지를 기준으로, 삼합국에 따라 — 신자진은 술(戌), 인오술은 진(辰), 사유축은 미(未), 해묘미는 축(丑). 모두 거두어 갈무리하는 고지(庫支) 자리다.
- 흔한 오해 · 메마름·고갈·재물이 마르는 살. 기운이 시들어 풀리지 않는 살.
- 다시 읽기 · 겉이 마른 만큼 안으로 깊어지는 직관과 통찰. 비축과 갈무리의 자리.
월살(月煞)에는 고초살(枯草煞)이라는 별칭이 있다. 마를 고에 풀 초.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마른 풀만 남은 그 풍경이다. 한때 무성하던 것이 물기를 잃고 바스락거리는 모습. 이름에서부터 어딘가 쓸쓸하고 메마른 기운이 풍긴다.
월살은 십이신살의 다섯째 칸이다. 태어난 날의 글자를 기준으로, 기운이 거두어 갈무리되는 고지(庫支)에 놓인다. 신자진이면 술(戌), 인오술이면 진(辰), 사유축이면 미(未), 해묘미면 축(丑)이다. 천살과 같은 고지 식구다. 풍성하게 자라던 것이 한 해의 끝에서 마르고 거두어지는, 그런 갈무리의 시기를 가리킨다.
이 살에 붙은 통설은 마름이다. 재물이 고갈되고, 일이 풀리지 않고, 기운이 시들어 매사가 메마른다. 물기를 잃은 풀처럼 생기가 빠져나간다고 보았다. 한창 자라야 할 시기가 아니라 거두고 비우는 시기이니, 옛 풀이엔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마름에는 다른 얼굴이 있다. 겉의 물기가 줄어든 자리에서는 도리어 안이 또렷해진다. 화려한 잎과 무성한 줄기가 다 떨어진 겨울 들판을 떠올려 보라. 잎이 우거졌을 땐 가려 보이지 않던 먼 산의 능선이, 다 마른 들판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월살의 진짜 얼굴이 거기에 있다. 겉의 풍요가 줄어든 만큼, 안으로 향하는 직관과 깊은 통찰이 자란다. 그래서 이 살을 가진 사람 가운데 영적 감수성이 깊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눈이 남다른 이가 적지 않다고 보았다.
비축과 갈무리도 이 자리의 미덕이다. 마른다는 건 잃는다는 뜻만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안으로 거두어 쟁여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해 내내 무성하게 쓰던 기운을 갈무리해 안에 저장하는 시기. 그 비축이 있어야 다음 봄에 다시 싹을 틔운다.
물론 이 살이 메마른 고갈로 나올지, 안으로 깊어지는 통찰로 여물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운이 나쁜 쪽으로 흐르면 정말로 기운이 빠지고 일이 마르지만, 좋은 쪽으로 흐르면 그 비움이 도리어 깊이가 된다. 그 갈림을 정하는 셈은 따로 있지만, 마른다는 말 하나에 먼저 풀이 죽을 일은 아니다.
살다 보면 이상하게 메마른 시기가 온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 같고, 손에 쥔 게 자꾸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때. 그런데 돌아보면 그 비어 보이던 시기에 사람이 가장 깊어져 있곤 했다. 풍요로울 땐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마른 자리에 와서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시기가 늘 잃는 시기인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안을 조용히 채우는 시기다.
메말랐던 어느 시기가 떠올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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