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데 끊지 못하는, 원진살(怨嗔煞)
까닭 없이 서로 껄끄럽고 미워진다는 살. 그러나 미움은 먼 사이가 아니라 가까운 사이에서 생긴다. 섞이지 못해 부딪치는 그 기운을, 휩쓸리지 않는 독립심으로도 다시 읽는다.
한눈에
- 한자 뜻 · 원망할 원(怨), 성낼 진(嗔). 까닭 없이 서로 미워하고 껄끄러워한다는 뜻.
- 어떻게 생기나 · 사주의 지지 가운데 자미·축오·인유·묘신·진해·사술, 이 여섯 짝이 만날 때.
- 흔한 오해 · 만나면 안 되는 상극의 살. 부부나 사이에 원진이 들면 평생 삐걱댄다는 살.
- 다시 읽기 · 섞이지 않으려는 독립심과 자기 색. 그리고 미워도 끝내 못 끊는 가까움.
원진(怨嗔)은 원망할 원에 성낼 진이다. 까닭을 딱 집을 수 없는데 이상하게 서로 껄끄럽고, 자꾸 부딪치고, 별것 아닌 일에 신경이 곤두서는 사이. 그 미묘한 불편함에 옛사람이 붙인 이름이 원진살이다.
원진살은 사주의 지지에서 본다. 자(子)와 미(未), 축(丑)과 오(午), 인(寅)과 유(酉), 묘(卯)와 신(申), 진(辰)과 해(亥), 사(巳)와 술(戌). 이 여섯 짝이 한 사주 안에서 만나거나, 두 사람의 글자가 이렇게 마주 놓일 때 원진으로 본다. 곧 다룰 귀문관살과 짝이 네 개나 겹쳐 자주 헷갈리는데, 둘은 두 짝씩만 다른 가까운 사촌 같은 살이다.
이 살의 통설은 무겁다. 서로 밀어내고 미워하는 사이, 만나면 안 되는 상극. 특히 부부 사이에 원진이 들면 평생 삐걱댄다며 인연을 갈라놓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까닭 없이 미워진다니,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서늘해지는 풀이다.
그런데 까닭 없이 미워진다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미움은 아무 사이에서나 생기지 않는다. 길에서 스친 모르는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없다. 미워진다는 건 그만큼 가까이 있고, 자주 부딪치고, 서로에게 얽혀 있다는 뜻이다. 원진은 먼 사이가 아니라 가까운 사이의 살이다. 무관심보다는 차라리 미움이 가깝다.
그리고 엔진이 짚는 원진의 다른 얼굴이 있다. 독립심과 자기 색이다. 두 기운이 껄끄러운 것은, 둘 다 자기 모서리를 가지고 있어 호락호락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섞이지 않음을 갈등으로만 보면 불화지만, 뒤집으면 휩쓸리지 않는 개성이고 자기 주장이다. 남들 다 한쪽으로 쏠릴 때 혼자 다른 결을 지키는 사람, 쉽게 동화되지 않아 자기 색이 또렷한 사람. 원진의 모서리는 그런 단단함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기운이 까닭 없는 불화로 나올지, 자기 색을 지키는 독립심으로 나올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운이 나쁜 쪽으로 흐르면 가까운 사이가 자꾸 삐걱대고, 좋은 쪽으로 흐르면 섞이지 않는 그 결이 도리어 매력이 된다. 그 갈림을 정하는 셈은 따로 있지만, 적어도 원진이라는 말 하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일은 아니다. 어떤 부부는 평생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깊이 얽혀 산다.
자석의 같은 극은 가까이 가면 서로 밀어낸다. 그런데 묘하게도, 밀어내면서 끝내 같은 자리를 맴돈다. 멀어지지도 못하고 딱 붙지도 못한 채 자꾸 서로를 의식한다. 원진이 그렇다. 미워하는 마음과 끊지 못하는 마음이 한 자리에 같이 있다. 자꾸 부딪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부딪침이 실은 멀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워서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종종 떠올린다.
까닭 없이 껄끄러운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내 사주에 원진살이 있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귀문관살, 남다른 더듬이를 가진 자리 → 신살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