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좋은 별들, 귀인(貴人)
신살에는 무서운 살만 있는 게 아니다. 어려울 때 손 내미는 천을귀인, 총명함의 문창귀인, 재앙을 복으로 돌리는 천덕·월덕귀인. 하늘이 내린 좋은 별들을 만나되, 그 별을 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이야기.
한눈에
- 무슨 별인가 · 살(殺)이 아니라 길신(吉神). 사주에 깃든 복과 도움의 기운.
- 대표 넷 · 천을귀인(어려울 때의 도움), 문창귀인(학문과 총명), 천덕귀인·월덕귀인(재앙을 복으로 돌리는 덕).
- 어떻게 생기나 · 대개 태어난 날의 천간(일간)을 잣대로, 정해진 지지가 사주에 들 때. 천을은 갑·무·경 일간이면 축·미가 드는 식.
- 다시 읽기 · 거저 주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받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닿는 기운.
신살(神殺)이라는 말에는 살(殺)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어, 으레 무섭고 흉한 것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별자리에는 사람을 겁주는 살만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이 내린 좋은 별, 길신(吉神)도 함께 떠 있다. 그동안 살의 그늘을 따라왔으니, 이쯤에서 볕이 드는 자리도 한 번 보자.
가장 귀한 별은 천을귀인(天乙貴人)이다. 하늘이 내린 가장 높은 별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귀인이 나타나 손을 내밀어 준다는 자리다. 막다른 길에서 뜻밖의 도움을 받고, 위기가 위기로 끝나지 않고 넘어가는 복. 태어난 날의 천간을 잣대로 보는데, 이를테면 갑·무·경 일간이면 축(丑)과 미(未)가, 을·기 일간이면 자(子)와 신(申)이 그 자리다. 사주에 천을귀인이 들면 사람 복이 있다고 했다.
문창귀인(文昌貴人)은 학문과 총명의 별이다. 머리가 맑고 글재주가 있으며, 배우는 것을 즐기고 새것을 빨리 익힌다. 공부하는 자리, 글을 다루는 자리, 무언가를 깊이 익혀야 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별이다. 천덕귀인(天德貴人)과 월덕귀인(月德貴人)은 덕의 별이다. 하늘의 덕과 달의 덕을 받아, 재앙이 닥쳐도 그것이 도리어 복으로 바뀌고, 성품이 온화하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는다. 이 밖에도 부귀를 상징하는 금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을 주는 암록, 학문의 재능을 더하는 학당 같은 좋은 별들이 사주 곳곳에 숨어 있다.
좋은 별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 가지는 새겨두는 게 좋다. 길신은 만능 부적이 아니다. 천을귀인이 있다고 가만히 있어도 귀인이 제 발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문창귀인이 있다고 공부하지 않아도 머리가 트이는 것은 아니다. 좋은 별은 거저 주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받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비로소 닿는 기운에 가깝다. 귀인의 도움도 평소 사람에게 정성을 들인 자리에서 오고, 총명함도 부지런히 갈고닦은 자리에서 빛난다.
그러고 보면 좋은 별과 무서운 살이 그리 멀지 않다. 둘 다 정해진 운명을 못 박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살이 그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을 짓듯, 귀인 또한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빛나기도 하고 잠들어 있기도 한다. 좋은 별을 타고났다는 것은 출발선이 조금 앞서 있다는 뜻이지, 결승선이 정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하늘이 좋은 별 하나를 내려, 어려운 길목마다 사람을 보내준다고 치자. 그래도 그 손을 잡고 일어서는 것은 끝내 나 자신이다. 귀인은 멀리 있는 신령한 무엇이 아니라, 대개 내 곁의 사람 얼굴을 하고 온다. 그러니 좋은 별을 가졌든 아니든, 곁의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는 일이 실은 내 귀인을 켜는 일인지도 모른다. 좋은 별은 늘 좋은 사람의 곁에서 더 환히 빛났다.
어려운 길목에서 손 내밀어 준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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