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물 위에 선 나무, 갑자(甲子)
큰 나무 갑목이 깊은 물 자수 위에 선 일주 갑자. 발밑에 나를 기르는 물(인성)이 가득하고, 그 기운이 멋과 끼로 흐르는 자리를 읽는다.
한눈에
- 일간·일지 · 갑목(甲木), 곧게 솟는 큰 나무가 자수(子水), 한밤중 깊은 물 자리에 앉았다.
- 지장간 · 자수 속 임(편인)·계(정인). 발밑에 나를 기르는 물 기운, 곧 인성이 가득하다.
- 십이운성 · 목욕(沐浴). 멋과 끼가 깨어나는, 흔들리며 빛나는 단계.
- 다시 읽기 · 지혜와 매력을 함께 지녔으되, 마음이 잘 일렁이는 나무.
갑자(甲子)는 큰 나무가 깊은 물 위에 선 모습이다. 갑(甲)은 하늘로 곧게 솟는 거목이고, 자(子)는 한밤중의 깊고 차가운 물이다. 한겨울 어두운 물가에 홀로 선 한 그루 나무. 그 그림에 갑자의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일주는 나를 뜻하는 일간이 어떤 자리에 앉았느냐로 갈린다. 갑자는 나무인 내가 물의 자리에 앉은 것이다. 물은 나무를 살리는 기운이라, 발밑이 곧 나를 길러 주는 자리다. 자수가 품은 속 기운을 들여다보면 더 또렷하다. 자(子) 안에는 임(壬)과 계(癸)라는 두 물이 들어 있는데, 둘 다 나를 낳아 기르는 인성(印星)이다. 임은 편인, 계는 정인. 어머니 같고 스승 같은 기운, 배움과 지혜의 기운이 발밑에 가득 고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갑자는 머리가 맑고 속이 깊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직관이 예민하고, 남의 마음을 잘 읽는다. 다만 발밑이 물이라 마음이 자주 일렁인다. 십이운성으로 갑자는 목욕(沐浴)에 든다. 갓난아이를 물에 씻기는, 멋과 끼가 깨어나는 청춘의 단계다. 일주 자체가 이 목욕에 앉아 있어, 멋스럽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본바탕에 깔린다. 동시에 그 매력만큼 마음이 흔들리기도 쉽다.
옛 책은 이런 갑자를 두고 총명하나 풍류에 약하다거나, 인기는 많으나 마음을 한곳에 두기 어렵다고 적기도 했다. 갑자라고 다 흔들리는 것도, 다 똑똑한 것도 아니다. 발밑의 물이 나무를 알맞게 적실지 뿌리를 뜨게 할지는 글자 둘로 정해지지 않고, 그 갈림의 정밀한 셈은 뒤에 용신(用神)에서 따로 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발밑의 물은 본디 나무를 키우는 힘이다. 그 깊은 감수성과 지혜가 제 길을 만나면, 일렁임은 흠이 아니라 빛이 된다.
똑똑한 사람이 오히려 더 자주 흔들리는 걸 본 적이 있다. 많이 느끼고 많이 알기에, 마음이 쉽게 일렁이고 한자리에 머물기를 어려워한다. 곧게 솟고 싶은 마음과 자꾸 일렁이는 발밑 사이에서, 그들은 남보다 조금 더 자주 출렁인다. 똑똑하면서도 자주 흔들리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나는 그 일렁임이 흠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깊이 느끼는 사람은, 그만큼 자주 흔들리는 법이다. 내 일주가 갑자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을축(乙丑)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