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흙에 스미는 물, 계미(癸未)
이슬 같은 계수가 마른 흙 미토에 스민 일주 계미. 메마른 자리를 적셔 재능을 길러 내되, 제 몸을 다 내어 주기 쉬운 자리를 읽는다.
한눈에
- 일간·일지 · 계수(癸水), 이슬 같은 맑은 물이 미토(未土), 여름 끝의 마른 흙 자리에 앉았다.
- 지장간 · 미토 속 정(편재)·을(식신)·기(편관). 내가 내놓는 재능에 재물과 절제가 어우러진다.
- 십이운성 · 묘(墓). 거두어 갈무리하는, 저장의 단계.
- 다시 읽기 · 메마른 자리를 적셔 재능을 길러 내되, 제 몸을 다 내어 주기 쉬운 물.
계미(癸未)는 마른 흙에 스며드는 물의 모습이다. 계(癸)는 이슬 같은 맑은 물이고, 미(未)는 여름 끝 물기 빠진 마른 흙이다. 마른 땅이 물을 빨아들이니, 계미는 제 물을 흙에 내어 메마른 자리를 적시는 자리다.
미토 속 본기는 기(己), 곧 나를 다스리는 편관이다. 나를 단련시키는 절제의 기운이다. 거기에 식신(을)이라는 재능과 편재(정)라는 재물 감각이 함께 든다. 십이운성으로는 묘(墓), 거두어 곳간에 갈무리하는 저장의 단계다.
그래서 계미는 헌신적이고 속이 깊다. 제 물을 내어 메마른 자리를 적시고, 재능(식신)으로 무언가를 길러 낸다. 마른 흙에 스민 물은 흙에 안겨 곧 사라지는 듯해도, 그 자리에서 새싹이 돋는다. 묘의 자리라 안으로 갈무리하니, 그 헌신이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다.
계미라고 다 헌신적인 것도, 다 깊은 것도 아니다. 제 물을 내어 주는 것이 메마른 자리를 살리는 보살핌이 될지 제 몸을 다 헐어 버리는 소진이 될지는 글자 둘로 정해지지 않고, 그 갈림은 사주 전체가 정한다. 다만 분명한 건, 스며 사라진 듯한 물이 끝내 새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제 몸을 다 내어 주며 메마른 자리를 적시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스며들어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듯했지만, 그가 적신 자리마다 무언가가 돋아났다. 제 몸을 다 내어 주며 메마른 자리를 적시던 사람을 보면, 나는 늘 고맙고 미안했다.
스며들어 사라진 듯한 물이, 끝내 그 자리에 새싹을 틔운다. 내 일주가 계미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갑신(甲申)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