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굳건히 선 나무, 갑인(甲寅)
큰 나무 갑목이 같은 나무의 자리 인목에 앉은 일주 갑인. 제 힘으로 곧게 선 자립의 기운과, 그래서 외로워지기 쉬운 자리를 읽는다.
한눈에
- 일간·일지 · 갑목(甲木), 큰 나무가 인목(寅木), 봄에 깨어나는 또 하나의 큰 나무 자리에 앉았다.
- 지장간 · 인목 속 무(편재)·병(식신)·갑(비견). 나와 같은 나무 기운, 곧 주체와 자립이 한가운데 섰다.
- 십이운성 · 건록(建祿). 제 힘으로 제자리를 세우는 자립의 단계.
- 다시 읽기 · 곧고 주체적이되, 홀로 서기에 외로운 나무.
갑인(甲寅)은 큰 나무가 또 다른 큰 나무의 자리에 선 모습이다. 갑(甲)도 나무, 인(寅)도 봄에 깨어나는 나무다. 같은 기운이 위아래로 겹쳐, 곧고 단단하기로는 육십갑자에서 으뜸가는 자리다.
일주는 일간이 어떤 자리에 앉았느냐로 갈린다. 갑인은 나무인 내가 나무의 자리에 앉은 것이라, 천간과 지지의 오행이 같다. 이를 간여지동이라 한다. 인(寅) 속을 들여다보면 본기가 갑(甲), 곧 나와 같은 비견이다. 게다가 인은 갑목이 가장 저답게 무성한 자리, 십이운성으로 건록(建祿)에 든다. 제 힘으로 제 자리를 세우는 자립의 단계다.
그래서 갑인은 주체가 또렷하다. 남의 그늘에 들기보다 제 발로 서려 하고, 한번 정한 길은 좀체 굽히지 않는다. 곁들여 든 병(식신)은 제 재능을 펴는 힘을, 무(편재)는 현실을 다루는 감각을 보탠다. 다만 같은 나무가 겹쳐 고집이 세지고, 홀로 서는 데 익어 외로워지기 쉽다. 옛 사람들은 이런 자리를 두고 고란(孤鸞)이라 하여 곁이 비기 쉽다고 보았다.
갑인이라고 다 외로운 것도, 다 곧기만 한 것도 아니다. 곧음이 고집이 될지 줏대가 될지, 홀로 섬이 고독이 될지 자유가 될지는 글자 둘로 정해지지 않고, 그 갈림은 사주 전체가 정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 발로 선 나무는 바람에 쉬이 쓰러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제 길을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곧고 단단해 미덥지만, 정작 곁을 내주는 데는 서툴렀다. 혼자서도 우뚝한 사람을 보면 미덥다가도, 그 곧음이 문득 쓸쓸해 보인다.
제 발로 서는 단단함과 곁을 두는 따뜻함은, 함께 갖기가 어렵다. 내 일주가 갑인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을묘(乙卯)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