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게 흐르는 격들, 식신·재·정관·인수
사주의 뼈대에도 순한 것과 센 것이 있다. 누르지 않고 받쳐 흘려보내기만 하면 되는 네 가지 틀, 식신·재·정관·인수격을 함께 읽는다.
한눈에
- 순한 격이란 · 식신격·재격·정관격·인수격. 거스르지 않고 곱게 흐르게만 하면 되는 네 격.
- 어떻게 쓰나 · 누르지 않고 받치고 잇고 흘려보낸다. 이를 순용(順用)이라 한다.
- 받쳐 주는 글자 · 격을 살려 주는 한 글자, 상신(相神)이 곁에 든다. 막는 손이 아니라 트는 손이다.
- 다시 읽기 · 순한 틀도 받칠 글자가 없거나 엉뚱한 게 끼면 막힌다. 곱다고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앞 두 편에서 사주에도 뼈대가 있다고 했고, 그 뼈대는 태어난 달에서 잡는다고 했다. 이제 그 뼈대에 이름이 붙으면, 한 가지를 더 알게 된다. 격마다 쓰는 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격은 거스르지 않고 곱게 흐르게만 두면 되고, 어떤 격은 기운이 거세어 다스려야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는 앞쪽, 곱게 흐르는 네 가지를 본다.
명리에는 오래된 가름이 하나 있다. 열 가지 십성 가운데 넷을 본래 순한 기운으로 친다. 식신, 재, 정관, 정인이다. 옛사람들은 이 넷을 사길신(四吉神), 네 길한 신이라 불렀다. 이 순한 기운이 사주의 뼈대를 이루면, 그 격을 각각 식신격·재격·정관격·인수격이라 부른다. 이 넷이 사주의 뼈대를 이루면, 그 격을 굳이 누르거나 깎을 일이 없다. 도리어 잘 흐르도록 받쳐 주고 틔워 주면 된다. 순한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 살려 주는 이 방식을 순용(順用)이라 한다. 물길을 막아 세우지 않고 트는 일에 가깝다.
다음 편에서 볼 센 격들은 이와 정반대다. 거센 기운이라 오히려 눌러서 다스려야 곱게 앉는다. 그 이야기는 그때 하기로 하고, 우선은 순한 넷부터 차근히 본다.
1편에서 격을 살려 주는 글자를 자평진전이 상신(相神)이라 불렀다고 했다. 순한 격에서 이 상신은 누르는 글자가 아니다. 낳아 주고 받쳐 주고 흘려보내 주는 글자다. 누가 그 상신 노릇을 하느냐를 따라가 보면, 네 격이 곱게 풀리는 길이 보인다.
먼저 정관격(正官格)이다. 앞 편에서 잡았던 그 가상의 사주를 떠올려 보자. 가을 달에 신금이 천간으로 솟아 일간 갑목을 바르게 다스리니, 정관격이라 했다. 정관은 나를 바르게 이끄는 규율과 책임의 기운이다. 이 격을 곱게 쓰는 길은 둘이다. 하나는 재(財)가 그 관을 든든히 받쳐 주는 것이다. 재물의 힘이 책임을 떠받치니, 자리에 걸맞은 무게가 생긴다. 또 하나는 인성(印星)이 그 관을 받아 나에게까지 이어 주는 것이다. 관이 인을 낳고 인이 다시 나를 낳아, 규율이 배움을 거쳐 나에게 곱게 흘러든다. 이렇게 관과 인이 한 줄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예부터 관인상생(官印相生)이라 했다.
그 흐름의 끝에 인수격(印綬格)이 있다. 인수란 나를 낳아 기르는 기운, 곧 인성(印星)이다. 배움, 뒷배, 마음의 자양분 같은 것이다. 정인이든 편인이든 이 인성이 뼈대를 이루면 한데 묶어 인수격이라 부른다. 재격이 정재와 편재를 갈라 세우지 않고 함께 묶어 부르듯, 인성도 둘을 나누지 않고 인수격 하나로 본다. 다만 더 잘게 볼 때는, 정인이 뼈대면 정인격(正印格), 편인이 뼈대면 편인격(偏印格)이라 갈라 부르기도 한다. 큰 묶음으로는 인수격, 세분하면 정인격과 편인격인 셈이다. 인수격이 곱게 흐르는 길은, 그 위에 관살이 얹혀 인성을 살리고 그 인성이 다시 나를 낳는 것이다. 책임이 배움을 낳고 배움이 나를 키운다. 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받은 것이 나를 세우는 데까지 이어진다. 다만 같은 인수격이라도 편인 쪽은 결이 조금 다르다. 대개는 정인과 함께 나를 길러 주지만, 내가 내놓는 재능인 식신을 만나면 도리어 그 식신을 엎어 버리는 자리로 돌아서기도 한다. 그 까다로운 한 자리는 뒤에서 따로 짚기로 하고, 지금은 인성이 나를 곱게 길러 준다는 큰 줄기면 충분하다.
이번에는 재격(財格)이다. 정재든 편재든, 내가 손에 쥐고 다루는 재물과 일감의 격이다. 더 잘게는 정재격·편재격으로 가르기도 하지만, 크게는 한데 묶어 재격으로 본다. 이 격을 곱게 쓰는 길 역시 받쳐 주는 글자에 있다. 가장 순한 길은 식상이 그 재를 낳아 주는 것이다. 내 재능이 흘러나가 재물을 짓는다. 이를 식상생재(食傷生財)라 한다. 신강한 사람이라면 그 재가 다시 관을 낳아, 재물이 책임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앞서 본 재생관이 여기서 다시 손을 맞잡는 셈이다. 다만 같은 기운인 비겁이 떼로 들러붙어 그 재물을 다투면, 곱던 흐름이 도리어 막힌다. 그건 격이 깨지는 이야기라 시리즈 뒤에서 따로 풀기로 한다.
끝으로 식신격(食神格)이다. 식신은 내가 밖으로 내놓는 재능이자 표현이다. 이 격은 조금 특별한 데가 있다. 식신은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무언가로 이어질 때 비로소 빛나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 재능이 재물로 결실을 맺는 길, 곧 앞서 본 식상생재다. 또 하나는 거센 기운을 다독여 누그러뜨리는 자리에서 도리어 약이 되는 길이다. 다만 이 둘째 길은 센 격의 영역에 닿아 있어, 다음 편으로 넘긴다. 지금은 식신이 흘러나가 결실로 맺힐 때 곱다는 것까지면 된다.
말로만 보면 잡히지 않으니, 그 식신생재를 가상의 사주 한 장으로 펴 보자. 실제 누구의 것도 아닌, 설명을 위한 사주다.
시 일 월 년
천간 무 갑 병 갑
지지 진 인 사 인
가운데 일간은 갑(甲), 큰 나무다. 일지의 인(寅)에 뿌리를 내리고 곁에 같은 나무까지 있어, 제법 단단히 선 나무다. 태어난 달인 월지 사(巳)에서 병(丙)이 천간으로 솟았다. 병화는 갑목이 밖으로 내놓는 재능, 곧 식신이다. 그러니 이 사주의 뼈대는 식신격이다.
이제 그 재능이 어디로 흐르는지 보자. 시간의 무(戊)는 갑목이 다루는 재물이다. 그런데 식신인 병화가 바로 그 무토를 데워 살려 준다. 나무가 불을 피우고, 그 불이 흙을 기름지게 하는 흐름이다. 내가 내놓은 재능이 흘러나가 재물로 맺히는 이 모습을, 앞서 말한 식상생재(食傷生財)라 한다.
여기에 누르는 글자는 하나도 없다. 나무가 불을 낳고, 불이 흙을 낳을 뿐이다. 순한 격을 곱게 쓴다는 것이 바로 이렇게, 막지 않고 흘려보내는 일이다.
네 격을 가만히 늘어놓고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누르는 글자가 하나도 없다. 받치고, 잇고, 낳는다. 재가 관을 받치고, 관이 인성을 거쳐 나에게 이어지고, 식상이 재를 낳는다. 순한 격을 살리는 것은 늘 흘려보내는 손길이지, 막아 세우는 손길이 아니다.
그렇다고 순한 격이면 무엇이든 곱게 풀리느냐, 그건 아니다. 받쳐 줄 글자가 없으면 좋은 틀도 빈 골조로 남고, 엉뚱한 글자가 끼어들면 곱던 물길도 그 자리에서 막힌다. 1편에서 좋은 뼈대가 곧 좋은 삶은 아니라고 했던 그 말이, 여기서도 그대로다. 무엇이 그 흐름을 틔우고 무엇이 막는지, 한번 막힌 격을 무엇이 다시 뚫는지는 시리즈의 뒤에서 천천히 풀기로 한다. 지금은 다만, 순한 격이란 누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두는 것이라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
순한 격을 풀어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사는 일도 어쩌면 누르는 쪽보다 흘려보내는 쪽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막힌 데를 트고, 받쳐 줄 것을 곁에 두고, 억지로 비틀지 않는 것. 사주를 곱게 쓰는 법이라는 게 막힌 데를 트고 억지로 비틀지 않는 것이라면, 그건 살아가는 법과도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누르는 손이 아니라 트는 손. 순한 격은 그렇게 살린다. 내 사주의 격은 순한 쪽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센 기운을 다스리는 격들 (편관·상관·건록·양인격)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