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기둥은 저마다 자리가 있다, 근묘화실(根苗花實)
사주의 네 기둥은 그냥 나란히 선 게 아니라, 저마다 맡은 자리가 있다. 뿌리에서 열매까지, 한 그루 나무가 자라는 그림으로 네 자리의 뜻을 읽는다.
한눈에
- 근묘화실이란 · 네 기둥을 뿌리(根)·싹(苗)·꽃(花)·열매(實)로 빗댄 이름.
- 자리의 뜻 · 연주=조상·초년, 월주=부모·청년, 일주=나·배우자, 시주=자식·말년.
- 왜 보나 · 같은 글자도 어느 기둥에 앉느냐에 따라 읽는 결이 달라지기에.
- 다시 읽기 · 자리는 출발점이지 정해진 결말이 아니다. 어느 자리든 살아가며 바뀐다.
같은 글자라도 어느 기둥에 앉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앞에서 사주가 네 기둥, 곧 연주·월주·일주·시주로 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넷은 그냥 나란히 서 있기만 한 게 아니다. 저마다 맡은 자리가 다르다. 그 자리를 옛사람들은 한 그루 나무에 빗댔다. 근묘화실(根苗花實), 뿌리에서 열매까지다.
뿌리 근(根), 싹 묘(苗), 꽃 화(花), 열매 실(實). 연주를 뿌리에, 월주를 싹에, 일주를 꽃에, 시주를 열매에 빗댄 말이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살이가 네 기둥 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오른쪽 연주부터 왼쪽 시주까지 읽는 순서가, 곧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영그는 시간의 순서다.
첫 기둥, 연주(年柱)는 뿌리다. 태어난 해의 자리다. 뿌리가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듯, 연주는 나보다 앞선 것들을 담는다. 조상, 집안의 내력, 내가 태어나 처음 발 디딘 환경. 그리고 시간으로는 인생의 첫머리, 초년의 자리다. 뿌리가 깊고 얕음이 나무의 바탕을 이루듯, 연주는 내가 어떤 토양에서 비롯됐는지를 비춘다.
둘째 기둥, 월주(月柱)는 싹이다. 태어난 달의 자리다. 뿌리에서 막 돋아 세상으로 머리를 내미는 싹처럼, 월주는 내가 자라난 울타리를 담는다. 부모, 형제, 그리고 내가 처음 몸담은 사회. 시간으로는 한창 자라나는 청년의 자리다. 앞서 격을 잡을 때 이 월주의 아래 글자를 첫 단추로 삼은 까닭이 여기 있다. 싹이 돋는 자리, 곧 한 사람이 세상에 뿌리내리고 뻗어 나가는 가장 기운찬 자리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둥, 일주(日柱)는 꽃이다. 태어난 날의 자리다. 그리고 이 자리가 특별한 것은, 위 글자가 바로 나 자신, 곧 일간이기 때문이다. 한 그루 나무가 피워 올린 꽃, 그것이 나다. 일주의 아래 글자는 흔히 배우자의 자리로 본다. 꽃 곁에 가장 가까이 머무는 자리라, 평생을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을 거기서 읽는다. 시간으로는 인생이 가장 활짝 피는 장년의 자리다.
넷째 기둥, 시주(時柱)는 열매다. 태어난 시각의 자리다.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 열매처럼, 시주는 내가 남기고 거두는 것들을 담는다. 자식, 내가 이룬 결실, 그리고 시간으로는 갈무리하는 말년의 자리다. 나무의 한살이가 열매에서 닫히고 그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듯, 시주는 한 생애의 끝이자 다음으로 이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네 기둥을 한 그루 나무로 펼쳐 놓으면, 같은 글자도 어느 자리에 앉았느냐로 읽는 결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나를 돕는 어떤 기운이 뿌리에 있으면 조상과 초년의 복으로, 열매에 있으면 자식과 말년의 복으로 비춰 읽는 식이다. 글자 하나의 풀이에 자리라는 결이 한 겹 더해지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다. 어느 자리에 무엇이 앉았느냐는 출발점일 뿐, 그것이 그 자리의 삶을 못 박아 정해 버리지는 않는다. 뿌리가 얕게 시작한 나무도 깊이 뻗어 내리고, 꽃이 늦된 나무도 끝내 활짝 핀다. 자리는 그저 어디서 비롯되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리킬 뿐, 그 길을 어떻게 걸을지는 살아가는 사람의 몫이다. 자리는 운명을 적어 둔 칸이 아니라, 한살이를 비춰 보는 거울에 가깝다.
내 사주를 한 그루 나무로 바라본 적이 있다. 뿌리에서 시작해 싹과 꽃을 지나 열매에 이르는 그림 위에 여덟 글자를 얹어 보니, 따로 놀던 글자들이 비로소 한 생애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내 사주를 한 그루 나무로 바라본 순간, 흩어져 있던 여덟 글자가 뿌리에서 열매까지 한 생애로 이어져 보였다.
여덟 글자를 한 그루 나무로 펼쳐 본다. 뿌리에서 열매까지, 흩어진 글자가 한 생애로 이어진다. 내 네 기둥은 어떤 나무를 이룰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위는 드러나고 아래는 깊어진다 (천간 자리와 지지 자리)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