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는 드러나고 아래는 깊어진다, 천간 자리와 지지 자리
네 기둥을 가로로 읽었다면, 이번엔 위아래를 세로로 읽는다. 겉으로 드러난 천간 자리와 속에 가라앉은 지지 자리, 그 두 층을 겹쳐 여덟 글자를 입체로 세운다.
한눈에
- 위아래란 · 기둥마다 위 글자는 천간(天干), 아래 글자는 지지(地支).
- 자리의 뜻 · 천간은 겉으로 드러난 자리, 지지는 속에 가라앉은 바탕.
- 일주에선 · 위는 나(일간), 아래는 내가 깔고 앉은 자리이자 가장 가까운 속.
- 다시 읽기 · 겉과 속은 우열이 아니다. 어느 기운이 드러나고 어느 게 잠겼는지를 비출 뿐.
앞 편에서 네 기둥을 한 그루 나무로 펼쳐, 뿌리에서 열매까지 가로로 읽었다. 연주는 뿌리, 월주는 싹, 일주는 꽃, 시주는 열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그 줄이 곧 한 사람이 자라는 시간의 순서였다. 그런데 기둥 하나하나는 위아래 두 칸으로 되어 있다. 가로로 네 자리를 읽었다면, 이번엔 세로로 그 위아래를 읽을 차례다. 가로만 보고 세로를 놓치면, 여덟 글자를 반만 읽은 셈이 된다.
기둥의 위 글자를 천간(天干), 아래 글자를 지지(地支)라 부른다고 했다. 하늘 천(天)에 땅 지(地), 이름부터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땅이다. 그리고 그 이름 그대로, 위 글자와 아래 글자는 자리의 성격이 다르다.
위에 있는 천간은 겉으로 드러난 자리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 멀리서도 보인다. 그래서 천간은 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마음, 생각, 지향, 남이 보는 모습 쪽을 비춘다. 잘 드러나는 만큼 가볍게 움직이기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처럼, 천간은 바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리다.
아래에 있는 지지는 속에 가라앉은 바탕이다. 땅에 뿌리내린 것이라 겉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디디고 선 자리다. 그래서 지지는 속마음, 바탕, 현실에 처한 형편, 쉬 바뀌지 않는 뿌리 쪽을 비춘다. 무겁게 가라앉아 천천히 움직이는, 그 사람이 실제로 밟고 있는 땅인 셈이다.
그래서 같은 기운이라도 위에 떴느냐 아래 잠겼느냐로 읽는 결이 달라진다. 어떤 기운이 천간에 떠 있으면 겉으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쪽으로 읽고, 같은 기운이 지지에 박혀 있으면 속에 품고 바탕으로 삼는 쪽으로 읽는다. 드러난 재능과 감춰 둔 재능이 다르듯, 같은 글자도 자리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위아래가 가장 또렷하게 만나는 곳이 일주(日柱)다. 앞 편에서 일주의 위 글자가 바로 나, 곧 일간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 아래 글자, 일지(日支)는 무엇인가. 내가 깔고 앉은 자리이자, 나와 가장 가까이 맞붙은 속이다. 흔히 평생을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 곧 배우자의 자리로도 본다. 겉으로 드러난 나(천간)와 속에 가라앉아 나를 떠받치는 바탕(지지)이, 일주라는 한 기둥에 위아래로 포개져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지지 아래에는 더 깊은 속이 또 있다. 앞서 만세력 곁의 작은 글씨에서 이름을 들었던 지장간, 곧 땅이 속에 품은 글자다. 위의 천간이 드러난 겉이라면, 지지는 가라앉은 바탕이고, 그 지지가 다시 속에 품은 지장간은 더 깊이 잠긴 속이다. 자리가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겹겹이 깊어지는 셈인데, 그 깊은 속을 어떻게 읽는지는 따로 다룬다. 지금은 위는 드러나고 아래는 가라앉는다는 큰 줄기 하나면 충분하다.
이렇게 세로를 읽고 나면, 앞 편의 가로와 겹쳐 볼 수 있다. 가로로는 뿌리에서 열매까지 시간이 흐르고, 세로로는 겉에서 속으로 깊이가 생긴다. 이 두 방향을 포개야 비로소 여덟 글자가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일어선다. 어느 시기의(가로) 겉인지 속인지(세로)를 함께 짚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다. 위에 떴다고 가볍고 아래 잠겼다고 무거운 것은 맞지만, 그것이 어느 쪽이 낫고 어느 쪽이 못하다는 우열은 아니다. 겉이 화려해 보여도 그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고, 속이 묵직하다고 그것이 정해진 운명도 아니다. 자리는 그저 어느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 있고 어느 기운이 안에 잠겨 있는지를 비춰 줄 뿐이다. 드러난 것을 잘 쓰고 잠긴 것을 잘 길어 올리는 일은, 글자가 아니라 사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내 여덟 글자를 위아래로 갈라 본 적이 있다. 남에게 보이는 얼굴과 속에 가라앉은 바탕이 사람마다 다르듯, 내 사주에도 겉으로 떠 있는 글자와 속에 잠긴 글자가 따로 있었다. 사람에게도 남에게 보이는 얼굴과 속에 가라앉은 바탕이 따로 있듯, 내 여덟 글자에도 위아래로 그렇게 두 겹의 자리가 있었다.
가로로 시간을 읽었다면, 세로로는 겉과 속을 읽는다. 두 방향이 겹쳐야 여덟 글자가 입체로 선다. 내 천간과 지지 자리 펼쳐 보기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격은 어디서 잡나 (월지가 첫 단추)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