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띠는 사실 넷이다
누구나 아는 자기 띠는 태어난 해의 지지 하나일 뿐, 사주에는 띠가 넷 있다. 한 글자로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띠 시리즈를 연다.
천간 다음은 지지(地支), 그리고 그 지지를 가장 친숙한 얼굴로 만나는 자리가 띠다.
누구나 자기 띠를 안다. 쥐띠, 소띠, 범띠. 처음 만난 사람과도 "무슨 띠세요" 한마디면 대강 나이를 가늠하고, 해가 바뀌면 올해는 무슨 띠의 해라며 그 동물의 성품을 점친다. 띠는 명리에서 가장 멀리까지 퍼진 글자다.
그런데 그 띠가 어디서 오는지 따져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띠는 태어난 해의 지지다.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각각 천간과 지지 한 쌍으로 적는데, 그중 해(年)의 지지, 그러니까 연지(年支)가 바로 우리가 아는 띠다. 2008년 무자(戊子)년에 태어났다면 자(子)가 연지이고, 자는 쥐이니 쥐띠다.
여기서 한 가지가 드러난다. 띠는 사주 여덟 글자 가운데 단 한 글자라는 것.
사주에는 지지가 넷 있다. 해의 지지, 달(月)의 지지, 날(日)의 지지, 시각(時)의 지지. 우리가 띠라 부르는 것은 그중 맨 앞의 하나일 뿐이다. 나머지 셋도 저마다 열두 동물 중 하나를 달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띠를 넷 가진 셈이다. 태어난 해의 띠, 달의 띠, 날의 띠, 시각의 띠.
그중에서도 명리가 가장 무겁게 보는 것은 연지가 아니라 일지(日支), 곧 태어난 날의 지지다. 나 자신을 나타내는 자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널리 알려진 띠가, 사주 안에서는 가장 가벼운 글자 쪽에 가깝다.
그러니 "쥐띠는 영리하고 부지런하다" 같은 말은, 여덟 글자 중 한 글자만 떼어 사람 전체를 그리는 일이 된다.
이름 한 줄로 사람을 다 알았다 여기는 버릇은 띠에만 있지 않다. 혈액형으로, 네 글자 성격유형으로, 별자리로. 우리는 늘 한 칸짜리 이름표를 손에 쥐고 그것이 사람의 전부인 양 굴고 싶어 한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쥐면 마음이 놓이니까.
띠를 풀어 가는 이 시리즈를 여는 첫 글에서, 나는 도리어 띠의 자리를 줄여 두고 싶다. 띠는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 한 글자다. 그 한 글자가 어떤 기운인지 천천히 들여다보되, 그것으로 사람을 다 안다고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한 글자를 알아 가는 일과 한 글자로 사람을 가두는 일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