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온 데를 덮는 것, 토끼(卯)
토끼띠의 출생 연도와 성격, 잘 맞고 부딪치는 띠까지. 봄이 무르익는 자리 묘(卯)의 결로 토끼띠인 사람을 읽는다.
묘(卯), 토끼 — 한눈에
- 출생 연도: 1963·1975·1987·1999·2011·2023년생 (단, 입춘 전 출생은 앞 해 띠인 호랑이)
- 오행: 목(木) · 음양: 음(陰)
- 계절·달: 봄 한복판, 음력 이월(춘분이 든 달)
- 시각: 묘시(卯時), 새벽 5시 ~ 아침 7시 · 방위: 정동(正東)
- 지장간: 갑(甲)·을(乙) · 자리: 가장 순수하고 왕성한 목의 왕지(旺支)
- 잘 맞는 띠: 돼지·양 (해묘미 삼합), 개 (묘술 합)
- 부딪치는 띠: 닭 (묘유충)
- 원진(怨嗔): 원숭이 (묘신 원진)
호랑이의 기세가 한풀 누그러지면 묘(卯), 토끼의 자리다. 묘는 봄이 한창 무르익는 때다. 인의 솟구치던 기운이 부드럽게 퍼져 초목이 본격적으로 돋아난다. 시각으로는 해가 막 떠오르는 이른 아침, 온 세상이 환하고 따뜻해지는 시간이다.
내가 토끼띠인지부터 보자. 양력으로 1963, 1975, 1987, 1999, 2011, 2023년생이 토끼띠다. 그해 입춘 전에 났다면 띠는 한 해 앞의 호랑이가 되니, 1월생과 2월 초에 태어난 사람은 한 번 확인해 둘 일이다.
묘는 나무(木)다. 그 속에는 갑(甲)과 을(乙), 둘 다 나무가 들어 다른 기운이 거의 섞이지 않는다. 자(子)가 온통 물이라 가장 순수한 물이었듯, 묘는 온통 나무라 가장 순수하고 왕성한 나무의 자리, 곧 목의 왕지(旺支)다. 다만 같은 나무라도 인의 굵은 줄기와 달리, 묘는 옆으로 번지는 풀과 어린 가지에 가깝다.
그 부드러운 나무의 결이 사람으로 나타나면 이렇다. 토끼띠는 부드럽고 온화하다. 모나지 않아 어디서든 잘 어울리고, 다투기보다 비켜선다. 섬세한 감각과 미적인 안목, 그러면서도 풀처럼 어디서든 살아 퍼지는 생활력. 호랑이가 정면으로 밀어붙인다면, 토끼는 부드러움으로 틈을 파고들어 끝내 제자리를 넓힌다.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다.
다만 그 부드러움이 그늘이 되기도 한다. 결단을 못 내려 머뭇대고, 남에게 기대 줏대가 흔들리며, 예민함이 지나치면 신경과민으로 흐른다. 비켜서는 데 익숙해, 정작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못 내기도 한다.
띠끼리의 어울림도 여기서 갈린다. 토끼와 잘 맞는 띠로는 돼지와 양을 꼽는다. 토끼(묘)·돼지(해)·양(미)이 해묘미(亥卯未)라는 한 팀, 삼합을 이루어 나무 기운을 함께 무성히 키우기 때문이다. 개(술)와도 묘술(卯戌)로 손을 잡는다고 본다. 반대로 부딪치는 띠는 닭이다. 묘(卯)와 유(酉)는 나무와 쇠, 정동과 정서로 정면에서 맞서는 묘유충(卯酉沖)의 자리다.
봄볕 좋은 날, 갈라진 보도블록 틈으로 어느새 풀이 돋아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호랑이처럼 박차고 나서지 않아도, 부드러운 것은 부드러운 채로 끝내 제 길을 찾아 퍼진다. 묘의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온 데를 초록으로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