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벗어야 자라는 것, 뱀(巳)
뱀띠의 출생 연도와 성격, 잘 맞고 부딪치는 띠까지. 초여름의 불 사(巳)와 허물을 벗는 뱀으로 뱀띠인 사람을 읽는다.
사(巳), 뱀 — 한눈에
- 출생 연도: 1965·1977·1989·2001·2013·2025년생 (단, 입춘 전 출생은 앞 해 띠인 용)
- 오행: 화(火) · 음양: 음에 속하되 쓰임은 양(陽)으로 본다
- 계절·달: 초여름, 음력 사월(입하가 든 달)
- 시각: 사시(巳時), 오전 9시 ~ 11시 · 방위: 남동(南東)
- 지장간: 무(戊)·경(庚)·병(丙) · 자리: 여름을 여는 생지(生支), 쇠를 일으키는 자리
- 잘 맞는 띠: 닭·소 (사유축 삼합), 원숭이 (사신 합)
- 부딪치는 띠: 돼지 (사해충)
- 원진(怨嗔): 개 (사술 원진)
진의 봄이 끝나면 사(巳), 뱀의 자리이자 여름의 문턱이다. 봄의 무성함이 뜨거운 기운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시각으로는 해가 높이 올라 볕이 따가워지는 오전. 명리에서 사는 불(火)이되, 한낮에 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불이다.
내가 뱀띠인지부터 보자. 양력으로 1965, 1977, 1989, 2001, 2013, 2025년생이 뱀띠다. 그해 입춘 전에 났다면 띠는 한 해 앞의 용이 된다.
사의 속에는 병(丙)과 경(庚)과 무(戊)가 들었다. 불(병)이 정기를 이루고, 그 안에 쇠(경)의 기운이 처음 깃든다. 그래서 사는 여름을 여는 생지(生支)이자, 쇠를 일으키는 자리로 본다. 겉으로 보이는 불 아래, 다음에 올 쇠를 품고 있는 글자다. 뱀이 차가워 보이는 겉과 달리 속에 뜨거움을 감춘 것과 닮았다.
그 결이 사람으로 나타나면 이렇다. 뱀띠는 지혜롭고 직관이 밝다. 떠벌리지 않고 속으로 벼리며,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든다. 차분한 겉모습 아래 좀처럼 꺼지지 않는 집념, 사람과 일을 읽어 내는 눈썰미. 함부로 패를 보이지 않는 신중함도 뱀의 결이다.
다만 그 깊이가 그늘이 되기도 한다. 속을 안 보이니 차갑다는 말을 듣고, 한번 품은 의심을 좀체 못 놓으며, 집념이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서늘한 비늘 안에 감춘 열이 안에서만 타기도 한다.
띠끼리의 어울림도 여기서 갈린다. 뱀과 잘 맞는 띠로는 닭과 소를 꼽는다. 뱀(사)·닭(유)·소(축)가 사유축(巳酉丑)이라는 한 팀, 삼합을 이루어 쇠 기운을 함께 단단히 여물리기 때문이다. 원숭이(신)와도 사신(巳申)으로 손을 잡는다고 본다. 반대로 부딪치는 띠는 돼지로, 사해충(巳亥沖)의 자리다. 그와는 또 다른 거슬림으로 개가 있으니, 사술(巳戌) 원진이라 하여 미워하면서도 묘하게 얽히는 사이다.
뱀의 가장 깊은 상징은 허물벗기다. 뱀은 자라기 위해 제 껍질을 벗는다. 한 번씩, 지금까지의 자기를 벗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는 때가 온다. 익숙한 껍질은 따뜻하지만 거기 머무는 한 더는 자라지 못한다. 벗는 일은 늘 서늘하고 불편하다. 그래도 벗는다. 자라는 모든 것은 한 번쯤 제 껍질을 버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