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말띠와 황금돼지, 좋은 띠 나쁜 띠라는 말
백말띠 여자가 세다는 말과 황금돼지해 출산 붐. 좋은 띠 나쁜 띠를 가르는 마음의 뿌리와, 태어난 해 하나로 사람을 점지하지 않는 눈.
띠를 두고 "좋은 띠"와 "나쁜 띠"를 가르는 말이 있다. 가장 흔한 둘, 백말띠와 황금돼지를 들여다본다.
백말띠는 경오(庚午)년에 태어난 띠다. 경(庚)은 쇠라 흰빛이고 오(午)는 말이니, 흰 말이 된다. 여기엔 흔히 "백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 속설의 내력은 분명치 않다. 일본에서 병오(丙午)년에 태어난 여자를 꺼리던 미신이 우리 백말띠와 뒤섞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 가지는 또렷하다. 태어난 해 하나로 한 여성의 평생을 "세다"고 정해 버리는 발상은, 그 시대가 여자에게 강한 기운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흔적이다. 강한 것을 강하다 하지 않고 "드세다"고 낮춰 부른 것이다.
황금돼지는 기해(己亥)년이다. 기(己)는 흙이라 누른빛이고 해(亥)는 돼지이니, 황금돼지가 된다. 2019년 황금돼지해에는 좋은 띠에 아이를 맞추려는 출산 붐이 일었다. 더 복된 띠로 태어나게 해 주려는 마음이었다.
백말띠는 꺼리고 황금돼지는 반긴다. 정반대 같지만 두 마음의 뿌리는 하나다. 태어난 해 하나가 사람의 평생을 정한다는 믿음. 그러나 이 시리즈를 열며 말했듯, 띠는 여덟 글자 중 한 글자일 뿐이다.
좋은 띠에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탓하지 못한다. 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쥐여 주고 싶은 마음이니까. 다만 한 가지는 말해 두고 싶다. 어떤 해에 태어났든, 한 아이의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띠가 아니라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 백말띠든 황금돼지든, 그 첫 글자 다음은 띠가 아니라 사람이 써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