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솟으려는 마음, 목(木)
다섯 기운의 첫머리, 목. 봄과 함께 위로 솟아오르려는 생명의 기운으로, 무엇 하나 홀로 자라지 않는다는 오행의 첫 가르침을 읽는다.
명리의 모든 글자는 결국 다섯 가지 기운으로 돌아간다.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오행(五行)이다.
천간 열 글자도, 지지 열두 글자도, 따지고 보면 이 다섯 기운이 갈래갈래 나뉜 것이다. 갑목과 을목은 목(木)의 두 얼굴이고, 한겨울의 자(子)는 수(水)의 한 모습이다. 그러니 오행은 글자들 아래 깔린 바탕, 스물두 글자를 떠받치는 다섯 기둥인 셈이다. 그 첫 번째 기둥이 목(木)이다.
목(木)은 나무다.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라기보다, 나무를 나무이게 하는 기운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위로 뻗어 오르려는 힘. 땅을 뚫고, 빛을 향해, 한 뼘이라도 더 높이 솟으려는 마음. 그것이 목(木)이다.
계절로는 봄이다. 얼었던 것이 풀리고, 잠들었던 씨앗이 깨어나 머리를 내미는 때. 하루로 치면 동이 트는 새벽이고, 방향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다. 무언가가 처음 시작되고 자라나는 자리에는 늘 목(木)의 기운이 있다.
그래서 목(木)인 사람에게는 솟아오르려는 의욕이 있다.
가만히 머무는 것을 답답해하고, 늘 무언가를 시작하고 키우고 싶어 한다. 명예를 귀히 여기고, 곧고 어진 마음을 품는다. 옛사람은 목(木)의 덕을 인(仁), 곧 살아 있는 것을 아끼고 자라게 하려는 어진 마음이라 보았다. 새싹을 보면 밟지 않으려 발을 돌리는 마음, 그것이 목(木)의 마음이다.
옛사람은 목(木)의 성질을 곡직(曲直)이라 했다. 굽고 곧음이라는 뜻이다.
같은 목(木)이라도 어떤 것은 거목처럼 곧게 솟고, 어떤 것은 덩굴처럼 부드럽게 휘어 자란다. 곧게 솟는 쪽이 갑(甲)이고, 휘어 사는 쪽이 을(乙)이다. 그 두 얼굴은 천간 편에서 따로 만나기로 하고, 여기서는 둘을 아우르는 목(木) 그 자체를 본다.
이제부터가 오행이 천간·지지와 다른 자리다. 목(木)은 결코 혼자 있지 않다.
다섯 기운은 서로를 낳고 살린다. 이것을 상생(相生), 서로 낳아 살리는 관계라 한다. 물이 나무를 키운다. 수(水)가 목(木)을 낳는 것이다. 메마른 땅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못하니, 목(木)은 제 힘만으로 솟은 듯해도 실은 물의 자식이다. 그리고 그 나무는 자라서 불을 일으킨다. 목(木)이 화(火)를 낳는다. 마른 장작이 모닥불이 되듯이.
그러니 목(木)은 한 줄기 흐름의 가운데에 서 있다. 수(水)에게서 생명을 받아, 그것을 화(火)에게 건넨다. 받은 것을 다음으로 넘기는 자리, 그것이 목(木)이다.
다섯 기운은 서로를 누르기도 한다. 이것을 상극(相剋), 서로 다스리는 관계라 한다.
여기서 '누른다'는 말을 이긴다거나 해친다는 뜻으로 들으면 안 된다. 누름은 다스림이고, 다스림은 균형이다. 목(木)은 토(土)를 다스린다. 나무뿌리가 흙을 움켜쥐어 비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붙잡고, 동시에 그 흙에서 양분을 빨아올린다. 나무가 흙을 누른다기보다, 둘이 서로를 붙들어 함께 산다.
그리고 목(木)은 금(金)에게 다스려진다. 쇠도끼가 나무를 친다. 얼핏 나무에게 해로운 일 같지만, 제멋대로 뻗기만 하던 나무는 가지를 쳐 주어야 더 곧고 튼튼하게 자란다. 금(金)이 목(木)을 누르는 것은 꺾기 위함이 아니라, 쓸모 있게 다듬기 위함이다. 자라기만 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는 끝내 제 무게에 휘청인다.
그러니 목(木)은 홀로 선 기운이 아니다. 무엇에게서 태어나고, 무엇을 낳으며, 무엇을 다스리고, 무엇에게 다스려지는지, 그 네 관계가 한자리에 묶여 목(木)을 목(木)이게 한다. 홀로 솟은 나무란 없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지금은 스스로 자라난 사람을 떠받드는 시대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제 힘만으로 일어섰다는 이야기가 칭송받는다. 성장은 오롯이 자기 의지의 몫이고, 성공은 혼자 이룬 것이라 여긴다. 위로 솟는 목(木)의 기운만 떼어 놓고 보면, 정말 그래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나무도 혼자 자라지 않는다.
땅속 어딘가의 물이 그를 길렀고, 그가 드리운 그늘과 떨군 씨앗이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 그를 붙들어 준 흙이 있었고, 제멋대로 뻗지 않게 가지를 쳐 준 손이 있었다. 가장 높이 솟은 나무일수록, 그를 떠받친 보이지 않는 관계가 그만큼 깊고 넓다.
목(木)은 위로 오르려는 마음이다. 그러나 오행이 그 마음에 가만히 덧붙이는 한마디가 있다. 너는 혼자 솟은 것이 아니라고. 받은 것을 다음으로 건네는 한 그루 나무일 뿐이라고. 솟아오르려는 모든 마음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