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문 곡식을 거두는 밭, 기미(己未)
기름진 논밭 같은 기토가 같은 흙의 자리 미토에 앉은 일주 기미. 제자리에서 묵묵히 거두어들이는 근면과 끈기를 읽는다.
한눈에
- 일간·일지 · 기토(己土), 만물을 기르는 논밭이 미토(未土), 여름 끝의 마른 흙 자리에 앉았다.
- 지장간 · 미토 속 정(편인)·을(편관)·기(비견). 같은 흙 기운에 배움과 절제가 어우러진다.
- 십이운성 · 관대(冠帶). 갓을 쓰고 세상에 나서는, 겁 없는 청년의 단계.
- 다시 읽기 · 제자리에서 묵묵히 거두어들이는 근면과 끈기의 밭.
기미(己未)는 곡식을 여물린 논밭의 모습이다. 기(己)도 흙, 미(未)도 여름 끝의 흙이다. 같은 흙이 위아래로 겹친 데다, 미토는 한 해 곡식을 거두어 담는 곳간 같은 땅이라, 묵묵히 거두는 자리다.
기미는 흙인 내가 흙의 자리에 앉은 것이라 천간과 지지의 오행이 같다. 이를 간여지동이라 한다. 미(未) 속 본기는 기(己), 곧 나와 같은 비견이다. 거기에 편인(정)이라는 배움과 편관(을)이라는 절제가 함께 든다. 십이운성으로는 관대(冠帶), 세상에 나서는 겁 없는 청년의 단계다.
그래서 기미는 근면하고 끈질기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고, 한 해 농사를 거두듯 차곡차곡 일군다. 화려하진 않아도 좀체 흔들리지 않고, 같은 흙(비견)의 끈기로 끝까지 버틴다. 관대의 자리라 의욕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 추진력이 일을 마무리 짓게 한다.
기미라고 다 근면한 것도, 다 끈질긴 것도 아니다. 그 끈기가 한자리를 지키는 힘이 될지 새 땅을 못 밟는 굳음이 될지는 글자 둘로 정해지지 않고, 그 갈림은 사주 전체가 정한다. 다만 분명한 건, 묵묵히 거둔 사람의 손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자랑 한 번 없이 한자리를 지켜 끝내 거둬 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요란하지 않아 눈에 안 띄어도, 결국 가장 믿음직한 건 그런 사람이었다.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 끝내 거둬 낸 사람들을, 나는 가장 신뢰한다.
묵묵히 한 해를 지어 거둔 손에는, 어떤 자랑보다 진한 믿음이 있다. 내 일주가 기미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경신(庚申)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