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너무 셀 때, 종왕격과 종강격
종격에는 남의 세력이 아니라 내 편의 세력을 따르는 갈래도 있다. 나와 같은 비겁을 따르는 종왕격과 나를 낳는 인성을 따르는 종강격을, 두 사주로 나란히 읽는다.
한눈에
- 종왕·종강이란 · 따르는 대상이 '내 편'인 종격. 비겁이 압도하면 종왕격, 인성이 압도하면 종강격.
- 종왕격 · 나와 같은 기운인 비겁이 사주를 휘어잡아, 그 왕성한 세력을 그대로 따른다.
- 종강격 · 나를 낳는 기운인 인성이 휘어잡아, 그 세력을 따른다.
- 다시 읽기 · 같은 편이라고 늘 힘이 되진 않는다. 너무 세면 그 흐름에 나를 맡겨야 한다.
앞 편에서 본 종격은, 약한 일간이 자기와 다른 센 세력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나를 치는 관살이든 감당 못 할 재물이든, 어쨌든 따르는 대상은 '남'의 세력이었다. 그런데 따르는 대상이 남이 아니라 내 편일 때도 있다. 나와 똑같은 기운인 비겁, 그리고 나를 낳아 주는 기운인 인성이다. 그 내 편이 너무 세어 도리어 거스를 수 없을 때, 일간은 그 같은 편의 흐름에 자기를 싣는다. 비겁을 따르면 종왕격(從旺格), 인성을 따르면 종강격(從强格)이다.
먼저 종왕격이다. 나와 같은 비겁이 사주를 가득 채운 경우다. 가상의 사주 한 장으로 보자. 실제 누구의 것도 아닌, 설명을 위한 사주다.
시 일 월 년
천간 을 을 을 계
지지 묘 묘 묘 유
가운데 일간은 을(乙), 풀과 덩굴 같은 나무다. 둘레를 보라. 천간에 을이 거듭 솟았고, 지지도 묘(卯)로 빼곡하다. 온통 나무, 곧 나와 같은 편인 비겁으로 가득 찬 사주다. 년간의 계(癸) 물 한 글자마저 그 나무를 낳아 키우니, 목 기운은 더욱 거세진다.
이 무성한 나무를 다스릴 글자라면 쇠다. 년지에 유(酉) 금이 하나 있긴 하다. 그런데 이 유금은 바로 곁 묘목과 부딪쳐 깨지고 만다. 깨진 쇠로는 그 빽빽한 나무를 벨 수 없으니, 결국 이 사주에는 목 기운을 거스를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러니 을목은 맞설 생각을 접고, 그 왕성한 자기편의 세력을 그대로 따른다. 이것이 비겁을 따르는 종왕격이다. 따르고 난 뒤에는 그 목 기운을 살리고 흘려보내는 글자가 곱고, 어설프게 그것을 거스르려는 글자가 끼면 도리어 흐름이 흔들린다.
다음은 종강격이다. 이번엔 나를 낳아 주는 인성이 사주를 채운다.
시 일 월 년
천간 임 갑 임 임
지지 신 자 인 자
가운데 일간은 갑(甲), 큰 나무다. 태어난 달이 인(寅)이라, 본래대로라면 제 뿌리가 든든해 홀로 설 만한 사주다. 그런데 천간을 보면 임(壬) 물이 셋이나 솟았고, 지지에도 자(子) 물이 거듭이며, 시지의 신(申) 쇠마저 그 물을 더 불린다. 사주가 온통 물, 곧 나를 낳아 주는 인성으로 넘쳐난다.
물이 이렇게까지 넘치면, 나무를 키우기는커녕 그 뿌리마저 물 위로 떠오른다. 갑목이 제 힘으로 버티려 해도 설 자리가 물에 잠긴 셈이다. 그래서 갑목은 자기를 고집하길 그만두고, 그 넘치는 물의 세력을 따른다. 이것이 인성을 따르는 종강격이다.
두 사주를 나란히 놓으면 갈림이 또렷하다. 따르는 것이 나와 같은 비겁이면 종왕, 나를 낳는 인성이면 종강이다. 둘 다 내 편이 너무 세어 그 흐름을 탄다는 점은 같고, 그 편이 형제 같은 비겁이냐 어버이 같은 인성이냐로 이름이 갈린다. 그리고 앞 편에서 본 진종과 가종의 단서는 여기서도 그대로다. 따르기로 했으면 깨끗이 따라야 하고, 일간에 미련이 남아 어중간하게 버티면 따르지도 버티지도 못한 채 흔들린다.
여기서 한 가지를 다시 짚고 싶다. 같은 편이 많다고 늘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와 동료가 가득하고 나를 아끼는 손길이 넘쳐도, 그것이 도를 넘으면 도리어 나를 휩쓸어 간다. 그럴 때는 맞서 내 목소리를 세우기보다, 그 큰 흐름을 알아보고 거기에 올라타는 편이 산다. 종왕과 종강은 약함의 격이 아니라, 넘치는 내 편을 거스르지 않을 줄 아는 격이다.
내 편이 너무 많아 도리어 내 자리가 좁아지던 때가 있었다. 밀어내려 할수록 더 휩쓸리던 그 흐름을, 어느 순간 그냥 타 버리니 도리어 멀리 가 있었다. 종왕과 종강을 풀다, 거스르지 않는 일에도 용기가 든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내 편이 너무 셀 때는, 맞서기보다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산다. 내 사주는 따라야 하는 자리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두루 센 세력을 따르는 종 (종세격)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