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가 아니라 판세를 따르다, 종세격(從勢格)
종격은 보통 무엇 하나를 따른다. 그런데 어느 하나가 압도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운이 두루 셀 때, 그 어우러진 대세 전체를 따르는 갈래가 있다. 종세격을 한 사주로 읽는다.
한눈에
- 종세격이란 · 어느 한 세력이 아니라 여러 기운이 두루 셀 때, 그 대세 전체를 따르는 종격.
- 다른 종과 다른 점 · 종재·종왕이 '무엇 하나'를 따른다면, 종세는 어우러진 '판세'를 따른다.
- 성립 · 일간이 약하고 도울 인성·비겁이 없으며, 식상·재·관이 고루 세야 한다.
- 다시 읽기 · 한 편에 줄 서기보다 큰 흐름을 읽고 맞추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앞의 종들은 저마다 '무엇 하나'를 따랐다. 재물을 따르면 종재, 나를 치는 관살을 따르면 종살, 같은 편 비겁을 따르면 종왕. 늘 따라갈 한 세력이 또렷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하나가 압도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운이 고만고만하게 두루 센 사주도 있다. 이쪽도 세고 저쪽도 세서, 콕 집어 무엇 하나를 따를 수가 없다. 이럴 때 약한 일간은 그 여럿이 어우러진 판세 전체를 따른다. 이것이 종세격(從勢格)이다.
가상의 사주 한 장으로 보자. 실제 누구의 것도 아닌, 설명을 위한 사주다.
시 일 월 년
천간 병 임 을 무
지지 오 술 묘 인
가운데 일간은 임(壬), 본래 큰 물이다. 그런데 그 둘레가 여러 기운으로 갈라져 있다. 시간의 병(丙)은 임수가 다루는 재물이고, 년간의 무(戊)는 임수를 다스리는 관이며, 월간의 을(乙)은 임수가 내놓는 재능인 식상이다. 식상과 재와 관이 한자리에 두루 문을 세운 셈이다. 지지에서도 인과 오와 술이 모여 큰 불 무리를 이루니, 재물의 기운이 한층 거세다.
이제 이 임수를 도울 글자를 찾아본다. 물을 낳아 줄 쇠도, 곁을 받쳐 줄 같은 물도 보이지 않는다. 여린 임수 홀로, 여러 기운이 뒤섞인 큰 판 한가운데 떨어진 형국이다.
어느 하나가 압도한다면 그것만 따르면 되겠는데, 식상도 재도 관도 두루 세니 콕 집어 하나를 따를 수가 없다. 그래서 임수는 그 어느 하나가 아니라, 셋이 어우러져 흐르는 대세 전체에 자기를 맡긴다. 이것이 종세격이다.
그래서 종세격은 다른 종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종재나 종왕이 따라갈 한 세력이 또렷한 따름이라면, 종세는 또렷한 주인 없이 판세 전체를 읽어 그 흐름에 몸을 싣는 따름이다. 누구 하나에게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판이 흐르는 큰 방향을 따라가는 셈이다.
종세에도 진종과 가종의 단서는 그대로다. 그 판세에 미련 없이 온전히 몸을 실으면 깨끗하고, 어느 한쪽에 마음이 남아 어중간하면 흔들린다. 가령 흐르는 판 한가운데 그 흐름을 거스르는 글자 하나가 끼어 있으면, 따름이 그만큼 어수선해진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싶다. 어느 한 편에 또렷이 줄 서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이쪽도 저쪽도 만만치 않아 하나를 고를 수 없을 때, 억지로 한편에 서기보다 큰 판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읽고 거기에 자기를 맞추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종세격은 우유부단의 격이 아니라, 또렷한 주인이 없는 판에서 흐름을 읽어 내는 격이다.
어느 무리에도 또렷이 끼지 못해 겉돌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한편을 억지로 고르길 그만두고 그저 판이 흐르는 쪽으로 함께 흘러가 보니, 의외로 길이 났다. 종세를 풀다, 줄 서지 않는 것도 하나의 처세일 수 있겠다 싶었다.
또렷한 주인이 없는 판에서는, 한편을 고르기보다 흐름을 읽는 것이 산다. 내 사주는 따라야 하는 자리일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글자가 변하는 사주 (화격)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