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변하는 사주, 화격(化格)
일간이 본래 성질을 버리고 다른 오행으로 통째로 변하는 사주가 있다. 천간의 합이 사주 전체의 뒷받침을 받아 일어나는 변신, 화격을 가장 까다로운 자리답게 천천히 읽는다.
한눈에
- 화격이란 · 천간이 합을 만나, 일간이 본래 성질을 버리고 다른 오행으로 통째로 변하는 격.
- 천간합 · 갑기는 토, 을경은 금, 병신은 수, 정임은 목, 무계는 화. 짝을 만나면 새 기운이 난다.
- 진짜와 가짜 · 온전히 변하면 화기격, 어설프게 변하면 가화격.
- 다시 읽기 · 변함은 자기를 잃는 게 아니라, 큰 흐름을 만나 다른 무엇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일간이 약하든 강하든, 따르든 버티든 어쨌든 자기 자신이었다. 그런데 일간이 아예 다른 글자가 되어 버리는 사주가 있다. 큰 나무로 났는데 더는 나무가 아니게 되는,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화격(化格)은 바로 그 변신을 다루는 자리다.
먼저 천간끼리의 합부터 봐야 한다. 열 천간은 서로 짝이 정해져 있어, 그 짝을 만나면 손을 맞잡는다. 갑과 기, 을과 경, 병과 신, 정과 임, 무와 계가 그 짝이다. 그리고 손을 맞잡으면 거기서 새로운 기운이 태어난다. 갑기가 만나면 토, 을경은 금, 병신은 수, 정임은 목, 무계는 화로 돌아선다. 평소에는 그저 손만 맞잡고 말지만, 사주 전체가 그 새 기운으로 가득 차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간이 본래 자기를 버리고 아예 그 새 오행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변신이 온전히 이뤄진 것을 화기격(化氣格)이라 한다. 본래 나무이던 일간이 기(己)를 만나 손잡고, 마침 사주가 흙으로 가득하면, 그 나무는 흙이 된다. 이제는 본래의 나무가 아니라 변해 버린 흙을 나로 삼아 사주를 읽는다. 일간이 갈아입은 새 옷이 곧 그 사람의 새 바탕이 되는 셈이다.
말로만 보면 아득하니, 가상의 사주 한 장을 펴 보자. 실제 누구의 것도 아닌, 설명을 위한 사주다.
시 일 월 년
천간 무 계 기 기
지지 오 묘 사 축
가운데 일간은 계(癸), 본래 물이다. 그것도 열 천간 가운데 가장 여린 물이라, 받쳐 줄 뿌리가 없으면 쉬이 제 성질을 버린다. 이 사주를 보면 계수를 길러 줄 물도, 그 물을 낳아 줄 쇠도 천간에 솟아 있지 않다. 게다가 태어난 달이 사(巳), 여름으로 막 접어드는 때라 둘레가 뜨겁다.
이때 바로 곁 시간에 무(戊)가 앉아 계수와 손을 맞잡는다. 무와 계가 만나면 새로 나는 기운이 불이다. 마침 때가 한여름으로 가는 길목이고 그 변신을 가로막을 물도 따로 없으니, 여린 계수는 끝내 제 물의 성질을 버리고 불로 피어난다. 이렇게 온전히 변한 것이 앞서 말한 화기격(化氣格)이다. 한 점 흠 없이 깨끗이 변했다 하여 진화기격(眞化氣格)이라고도 한다.
변하고 나면 읽는 눈이 통째로 바뀐다. 이제 이 사주의 주인은 물이 아니라 변해 버린 불이다. 본래 물로 새겼던 일간을, 이제부터는 불로 놓고 다시 읽는 것이다.
여기서 앞 편들이 함께 떠오른다. 만약 무와 계의 합이 없었다면, 약한 계수는 그저 그 압도적인 기운을 따라갔을 것이다. 곧 종격이다. 한 세력이 사주를 휘어잡았을 때, 일간이 그 기운 자체이면 일행득기, 거스르지 않고 따르면 종격, 손을 맞잡아 그 기운으로 변해 버리면 화격이다. 앞의 여러 편을 지나오며 본, 같은 큰 세력 앞에서 일간이 택하는 갈래들인 셈이다.
변신을 하긴 했는데 어딘가 어설픈 것을 가화격(假化格)이라 한다. 변하려는 기운이 약하거나, 그 변신을 가로막는 글자가 끼어들어 깨끗이 변하지 못한 경우다. 진짜 변신과 어설픈 변신, 화기와 가화를 가른다. 가화는 변한 듯 안 변한 듯 어중간해, 그 어중간함을 잘 살펴야 한다.
이 어설픈 변신도 한 장으로 펴 보면 또렷해진다. 실제 누구의 것도 아닌, 설명을 위한 사주다.
시 일 월 년
천간 갑 기 무 신
지지 자 미 술 유
가운데 일간은 기(己), 흙이다. 바로 곁 시간에 갑(甲)이 앉아 손을 맞잡으니, 갑과 기가 만나 새로 나는 기운은 흙이다. 일간이 본래의 흙에서 더 큰 흙으로 변해 가려는 모양새다. 둘레도 무(戊)와 술(戌)로 흙이 두터워, 변신을 가로막을 나무 기운도 마땅치 않다. 여기까지만 보면 깨끗이 흙으로 변할 듯하다.
그런데 시지에 자(子), 물 한 점이 박혀 있다. 흙으로 굳어 가려는 자리에 찬물 한 방울이 떨어진 셈이다. 이 한 글자 때문에 일간은 흙으로 온전히 변하지 못하고, 변한 듯 안 변한 듯 어중간한 자리에 머문다. 이것이 가화격(假化格)이다.
화기격이 미련 없이 온전히 변한 자리라면, 가화격은 한 글자가 끝내 걸려 매듭이 덜 지어진 자리다. 종격에서 본 진종과 가종의 갈림이, 화격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다. 천간이 손을 맞잡았다고 늘 변신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두 글자가 서로를 묶는 데서 그치고 오행이 변하지는 않는데, 이를 합이불화(合而不化), 합하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손이 묶이는 통에, 사주에 꼭 필요하던 글자가 도리어 제 역할을 잃기도 한다. 변신이 아니라 무력해지는 이 자리는 격이 깨지고 살아나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화격은 명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자리로 친다. 손을 맞잡았다고 해서 다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만한 뒷받침이 두루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성립을 가리는 일은 깊은 공부의 영역이라, 여기서는 정밀한 판정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일간이 통째로 다른 오행으로 변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 그 큰 그림 하나면 지금은 충분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변한다는 것이 자기를 잃는 일만은 아니다. 큰 흐름을 만나 전혀 다른 무엇이 되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변신을 두려운 상실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변할 거면 온전히 변해야 한다. 어설프게 변하면(가화) 본래의 자기도 아니고 새로운 무엇도 아닌 채로 흔들린다. 종격에서 따를 거면 깨끗이 따라야 했듯, 화격도 변할 거면 온전히 변해야 한다.
사람도 큰 인연이나 큰 사건을 만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곤 한다. 그것이 본래의 자기를 잃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자기를 얻은 것인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글자가 변하는 사주 앞에서, 그 변함이 상실인지 탄생인지를 두고 한참을 머물렀다.
큰 흐름을 만나 다른 무엇이 되는 일. 변함도 하나의 길이다. 내 사주에 변하는 합이 있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격이 깨지고 살아날 때 (성격과 파격)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