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한평생을 읽다, 당사주(唐四柱)
당나라에서 전해진 그림책 운세, 당사주. 띠마다 걸리는 열두 별 십이성을 펴 보고, 좋은 별 나쁜 별로 가르지 않는 눈으로 읽는다.
앞 글에서 옛날에는 태어난 해로 사람을 보았다고 했다. 그 옛 방식이 가장 또렷한 모습으로 남은 것이 당사주(唐四柱)다.
당사주는 당(唐)나라에서 전해졌다고 하는 운명 풀이다. 우리 땅에 들어와 오래도록 민간에 퍼졌고, 한때는 집집마다 한 권쯤 두던 그림책 운세책으로 친숙했다. 알록달록한 그림 곁에 일생의 운을 풀어 둔 그 책을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당사주가 사람을 읽는 방식은 지금의 자평(子平) 명리와 다르다. 지금의 명리가 태어난 날을 중심에 놓고 여덟 글자의 관계를 따진다면, 당사주는 태어난 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앞 글에서 말한 고법, 곧 연주를 근본으로 보던 사고가 여기 그대로 살아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당사주는 띠와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
당사주의 뼈대는 열두 별, 십이성(十二星)이다. 사람의 자리마다 하늘의 별 하나를 앉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태어난 해의 띠에 걸리는 별이다. 띠마다 어떤 별이 드는지는 정해져 있다.
띠로 보는 당사주 십이성(十二星)
- 쥐(子) · 천귀성(天貴星) — 귀하게 쓰이는, 품격의 별
- 소(丑) · 천액성(天厄星) — 시련을 거쳐 단단해지는 별
- 호랑이(寅) · 천권성(天權星) — 사람을 이끄는 권세의 별
- 토끼(卯) · 천파성(天破星) — 낡은 것을 헐고 새로 세우는 별
- 용(辰) · 천간성(天奸星) — 기지와 꾀가 빛나는 별
- 뱀(巳) · 천문성(天文星) — 배움과 글의 별
- 말(午) · 천복성(天福星) — 복과 즐거움의 별
- 양(未) · 천역성(天驛星) — 움직임과 활동의 별
- 원숭이(申) · 천고성(天孤星) — 홀로 설 줄 아는, 독립의 별
- 닭(酉) · 천인성(天刃星) — 머뭇대지 않는, 결단의 별
- 개(戌) · 천예성(天藝星) — 재주와 예술의 별
- 돼지(亥) · 천수성(天壽星) — 건강과 장수의 별
별 이름만 보면 마음이 둘로 갈린다. 천귀·천복·천수처럼 듣기 좋은 별이 있고, 천액·천파·천고·천인처럼 선뜻 반갑지 않은 별이 있다. 그러나 당사주를 오래 풀어 온 자리에서는 좋은 별 나쁜 별을 그렇게 가르지 않는다. 어떤 별이든 빛과 그늘을 함께 가진다.
천액성은 액운이 아니라 시련을 딛고 단단해지는 힘으로 읽고, 천파성은 깨뜨림이 아니라 낡은 것을 헐어 새로 세우는 기운으로 본다. 천고성의 외로움은 홀로 설 줄 아는 독립이 되고, 천인성의 칼은 머뭇대지 않는 결단이 된다. 별은 운명을 못 박는 도장이 아니라, 그 사람이 타고난 결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가깝다.
실제 당사주는 띠 하나의 별만 보지 않는다. 태어난 해·달·날·때에 저마다 별을 앉히고, 그 별들이 어우러져 일생의 굽이를 그린다. 다만 그 첫 글자, 누구나 아는 자기 띠에 걸린 별이 당사주로 들어가는 문이다.
나는 당사주를 맞고 틀리고로 따지기보다 하나의 마음으로 본다. 정밀한 도구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태어난 해 하나에 별을 걸어 자기 삶을 비춰 보려 했다. 복잡한 인생을 별 하나의 이야기로 쥐어 보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은 오늘 우리가 띠 운세나 별자리 글에 눈이 가는 마음과 그리 멀지 않다. 방법은 낡았어도, 캄캄한 자기 삶에 별 하나를 걸어 두고 싶은 그 바람만은 조금도 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