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의 너른 물, 돼지(亥)
돼지띠의 출생 연도와 성격, 잘 맞고 부딪치는 띠까지. 초겨울의 큰물 해(亥)로 돼지띠인 사람을 읽고, 열두 동물 한 바퀴를 닫는다.
해(亥), 돼지 — 한눈에
- 출생 연도: 1971·1983·1995·2007·2019·2031년생 (단, 입춘 전 출생은 앞 해 띠인 개)
- 오행: 수(水) · 음양: 음에 속하되 쓰임은 양(陽)으로 본다
- 계절·달: 초겨울, 음력 시월(입동이 든 달)
- 시각: 해시(亥時), 오후 9시 ~ 11시 · 방위: 북서(北西)
- 지장간: 무(戊)·갑(甲)·임(壬) · 자리: 겨울을 여는 생지(生支), 나무를 일으키는 자리
- 잘 맞는 띠: 토끼·양 (해묘미 삼합), 호랑이 (인해 합)
- 부딪치는 띠: 뱀 (사해충)
- 원진(怨嗔): 용 (진해 원진)
술의 가을이 저물면 해(亥), 돼지의 자리다. 열두 동물의 마지막, 한 해의 끝이자 겨울의 문턱이다. 시각으로는 깊어 가는 밤. 곧 자(子)의 한밤중으로, 그리고 새로운 한 바퀴로 이어지기 직전의 자리다.
내가 돼지띠인지부터 보자. 양력으로 1971, 1983, 1995, 2007, 2019, 2031년생이 돼지띠다. 그해 입춘 전에 났다면 띠는 한 해 앞의 개가 된다.
해는 물(水), 그것도 강과 바다처럼 너른 큰물이다. 그 속에는 임(壬)이 정기를 이루고 갑(甲)과 무(戊)가 든다. 큰물(임) 안에 봄에 솟을 나무(갑)의 기운이 처음 깃드는 모양이라, 해를 겨울을 여는 생지(生支)이자 나무를 일으키는 자리로 본다. 가장 깊은 물이면서, 그 안에 다음 봄을 이미 품은 글자다.
그 너른 물이 사람으로 나타나면 이렇다. 돼지띠는 순수하고 너그럽다. 속이지 않고 솔직하며, 어지간한 것은 바다처럼 품어 넘긴다. 정이 많아 베풀기를 아끼지 않고, 한번 마음먹은 일은 우직하게 밀고 간다. 예부터 돼지를 복의 상징으로 여긴 데에는, 이 넉넉하고 미더운 결이 있다.
다만 그 너그러움이 그늘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잘 믿어 손해를 보고, 우직함이 답답한 고집이 되며, 한번 품으면 너무 많이 품어 욕심으로 비치기도 한다. 너른 물이 맑기도 하지만 흐려지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띠끼리의 어울림도 여기서 갈린다. 돼지와 잘 맞는 띠로는 토끼와 양을 꼽는다. 돼지(해)·토끼(묘)·양(미)이 해묘미(亥卯未)라는 한 팀, 삼합을 이루어 나무 기운을 함께 무성히 키우기 때문이다. 호랑이(인)와도 인해(寅亥)로 손을 잡는다고 본다. 반대로 부딪치는 띠는 뱀으로, 물과 불로 정면에서 맞서는 사해충(巳亥沖)의 자리다. 그와 결이 다른 거슬림으로 용이 있으니, 진해(辰亥) 원진이라 한다.
이렇게 열두 동물이 한 바퀴를 돌았다. 한겨울 한밤중의 쥐에서 시작해, 봄을 박차는 호랑이를 지나, 한낮에 환히 타는 말을 거쳐, 다시 겨울 문턱의 돼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해 다음은 또 자다. 끝이 곧 다음 시작에 닿아 있다. 열두 글자는 줄지어 선 칸이 아니라 끝없이 도는 수레바퀴였던 것이다. 돼지가 품은 그 봄나무의 기운처럼, 모든 끝자리에는 이미 다음 시작이 깃들어 있다. 나는 한 바퀴의 마지막에 서서, 도리어 다음 한 바퀴의 첫 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