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해마다 돌아오는 내 해, 본명년
자기 띠와 같은 해, 본명년. 흔히 조심할 해로 여겨 붉은 것을 지니던 풍습과, 액년이 아니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선 해로 읽는 눈.
띠는 열두 해마다 돌아온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열두 해 뒤 다시 쥐해를 맞고, 또 열두 해 뒤 다시 맞는다. 이렇게 자기 띠와 같은 해를 본명년(本命年)이라 한다.
동아시아 여러 곳에서 본명년을 특별한 해로 여겼다. 흔히 조심해야 할 해로 보아, 붉은 것을 몸에 지니는 풍습이 있었다. 붉은 속옷이나 붉은 실 같은 것을 두르며 한 해를 무사히 나기를 빌었다. 까닭은 이렇다. 그해의 기운이 내가 타고난 띠의 기운과 똑같이 겹치니, 같은 기운이 두 겹으로 너무 강해지거나 서로 부딪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본명년을 그저 액년으로만 둘 일은 아니다. 돼지 편에서 보았듯, 열두 띠는 줄지어 선 칸이 아니라 끝없이 도는 수레바퀴다. 그 바퀴로 보면 본명년은 한 바퀴를 꼬박 돌아 다시 출발선에 선 해다. 겁낼 자리가 아니라, 한 바퀴의 매듭이 지어지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본명년에 할 일은 몸을 사리는 것만이 아니다. 도리어 돌아보는 것이다. 열두 해 전 그 띠해의 나를 지금의 나와 나란히 놓아 보는 것. 그 사이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를.
나는 본명년을 만날 때마다, 열두 해 전의 나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그때 품었던 것 중 무엇을 이뤘고, 무엇을 놓았으며, 무엇은 아직 그대로 품고 있는지. 한 바퀴를 돌아 같은 자리에 섰지만 같은 사람은 아니다. 본명년은 액운이 드는 해가 아니라, 그 한 바퀴의 거리만큼 내가 어디로 왔는지를 비추어 주는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