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는다는 것, 삼합과 육합
동물 편마다 적어 둔 '잘 맞는 띠'의 속내. 셋이 한 기운으로 뭉치는 삼합과, 둘이 손을 맞잡는 육합, 그 두 어울림의 결을 가른다.
동물 편마다 "잘 맞는 띠"를 적으며 삼합과 육합이라는 말을 흘려 두었다. 미뤄 둔 그 속내를 이제 푼다.
삼합(三合)은 띠 셋이 한 팀이 되는 것이다. 무리가 넷 있다.
- 원숭이·쥐·용 (신자진) — 물(水)
- 범·말·개 (인오술) — 불(火)
- 뱀·닭·소 (사유축) — 쇠(金)
- 돼지·토끼·양 (해묘미) — 나무(木)
왜 이 셋이 한 팀일까. 한 기운의 한살이 세 단계가 모이기 때문이다. 신자진을 보면, 신(申)은 물이 처음 생겨나는 자리, 자(子)는 물이 가장 왕성한 자리, 진(辰)은 물이 거두어 저장되는 자리다. 태어남과 절정과 갈무리. 이 셋이 모이면 흩어져 있던 물 기운이 비로소 하나로 완성된다. 그래서 삼합 띠끼리는 한 가지 일을 함께 이뤄 가는 동료처럼 손발이 맞는다.
육합(六合)은 결이 다르다. 셋이 모여 큰 기운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둘이 짝을 지어 손을 맞잡는 것이다. 짝은 여섯이다. 자축, 인해, 묘술, 진유, 사신, 오미. 마주 끌리는 짝꿍 같은 사이다. (둘이 어떻게 맺어지는지 그 깊은 이치는 따로 있으나, 여기서는 서로 친화하는 한 쌍 정도로 본다.)
그러니 삼합과 육합은 같은 "잘 맞음"이라도 모양이 다르다. 삼합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란히 가는 셋이고, 육합은 마주 서서 손을 맞잡는 둘이다.
사람의 인연도 그렇지 않은가. 함께 무언가를 이뤄 가며 가까워지는 사이가 있고,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그저 마주 앉아 있어 편한 사이가 있다. 앞엣것이 삼합의 결이라면 뒤엣것은 육합의 결이다. 둘 다 귀하다. 다만 나는 가끔 궁금해진다. 내 곁의 사람들은 나와 어느 쪽으로 맞물려 있을까. 함께 무얼 이루는 사이일까, 그저 곁에 있어 좋은 사이일까. 아마 한 사람 안에 그 둘이 다 들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