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는 기운이 머무는 곳, 목(木)과 건강
다섯 기운 가운데 목. 간과 쓸개에 깃든 봄의 기운으로, 그것이 약해 눌릴 때와 넘쳐 누를 때 몸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관점으로 읽는다.
몸을 다섯 기운의 균형으로 보는 그 눈으로, 이번에는 목(木) 하나를 들여다본다.
목(木)은 위로 뻗어 오르려는 기운이다. 봄에 새싹이 솟듯, 막힌 것을 뚫고 자라나려는 힘. 그 기운이 몸에서 머무는 자리가 간과 쓸개다. 곧게 뻗어 나가는 성질을 따라, 신경과 근육, 그리고 멀리 보려는 눈에도 목(木)의 기운이 닿는다고 옛사람은 보았다.
간이 건강하다는 것은, 이 뻗는 기운이 막힘없이 잘 흐른다는 뜻이다. 봄날의 나무가 거침없이 자라듯이. 반대로 이 기운이 어딘가에서 막히거나 어긋날 때, 몸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첫째는 목(木)이 약해 눌릴 때다.
오행 편에서 보았듯, 금(金)은 목(木)을 다스린다. 쇠가 나무를 치는 관계다. 알맞으면 가지를 쳐 주어 나무를 곧게 하지만, 그 눌림이 지나치면 나무가 상한다. 목(木)의 기운이 약한데 금(金)이 너무 거세면, 목(木)의 장부인 간과 쓸개가 먼저 지친다. 옛 명리는 이때 신경통이나 두통, 눈의 피로, 까닭 모를 어지럼 같은 것이 따라온다고 보았다. 곧게 뻗어야 할 기운이 자꾸 꺾이니, 그 신호가 신경과 머리, 눈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반대다. 목(木)이 너무 넘칠 때다.
이번에는 목(木)이 다스리는 자리가 상한다. 목(木)은 토(土)를 누르는데, 목(木)의 기운이 지나치게 거세면 그 눌림을 받는 토(土), 곧 비장과 위장이 약해진다. 흥미로운 점이 여기 있다. 목(木)이 넘칠 때 상하는 것은 정작 목(木)의 장부인 간이 아니라, 목(木)이 누르는 위장이다. 옛 명리는 이때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며, 자주 체하는 일이 생긴다고 보았다. 한쪽 기운이 너무 세면, 자기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누르던 자리가 먼저 무너진다.
마음도 같은 줄에 꿰여 있다.
목(木)에 얽힌 감정은 분노다. 풀리지 못한 분노가 쌓이면 간의 기운이 막히고, 거꾸로 간의 기운이 막히면 별일 아닌 데도 자꾸 화가 치민다. 봄이 되면 까닭 없이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짜증이 느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도 위로 뻗으려는 목(木)의 기운이 몸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옛사람은 읽었다.
물론 이것은 진단이 아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하다고 자기 사주부터 펴 단정할 일이 아니라, 거듭되는 신호라면 먼저 의사를 찾는 것이 맞다. 위의 이야기는 옛사람이 몸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려던 사고방식일 뿐이다.
그 사고방식이 지금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 있다.
목(木)은 끝없이 위로 뻗으려는 기운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가 꼭 그렇다. 멈추지 말고 더 자라라, 더 위로 가라고 사방에서 떠민다. 우리는 봄날의 나무처럼 쉼 없이 뻗기만 한다. 그러나 뻗기만 하고 한 번도 쉬지 못한 기운은, 제 뿌리인 간을 마르게 하고 제가 누르던 자리인 속을 헐게 한다. 자라기만 하던 사람이 어느 날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오지 않는 것은, 그 멈출 줄 모르던 기운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목(木)이 강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끔 뻗기를 멈추는 일이다. 쌓인 분노를 풀고, 멀리만 보던 눈을 잠시 감고, 봄에도 나무가 밤이면 자라기를 쉬듯 제 기운을 한 번 가라앉히는 일. 자라는 것만큼이나 멈출 줄 아는 것도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