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떠오르는 열, 화(火)와 건강
다섯 기운 가운데 화. 심장과 소장에 깃든 여름의 열로, 그것이 약해 식을 때와 넘쳐 메마르게 할 때 몸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관점으로 읽는다.
몸을 다섯 기운으로 보는 그 눈으로, 이번에는 화(火)를 들여다본다.
화(火)는 타올라 위로 솟구치는 기운이다. 어둠을 밝히고 사방으로 퍼지는 열과 빛. 그 기운이 몸에서 머무는 자리가 심장과 소장이다. 온몸을 데우는 심장도, 먹은 것을 데워 가르는 소장도 모두 이 열로 움직인다.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따라, 얼굴빛과 눈, 그리고 온몸을 도는 피에도 화(火)의 기운이 닿는다고 옛사람은 보았다.
심장이 건강하다는 것은, 이 열이 알맞게 타며 온몸을 고루 데운다는 뜻이다. 너무 거세지도, 너무 사위지도 않게. 반대로 이 불이 어긋날 때, 몸은 두 가지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첫째는 화(火)가 약해 눌릴 때다.
수(水)는 화(火)를 다스린다. 물이 불을 끄는 관계다. 알맞으면 불을 식혀 오래가게 하지만, 그 눌림이 지나치면 불이 꺼져 간다. 화(火)의 기운이 약한데 수(水)가 너무 차고 무거우면, 화(火)의 장부인 심장과 소장이 먼저 지친다. 옛 명리는 이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고, 까닭 없이 잘 놀라며, 아랫배가 차고 눈이 침침해진다고 보았다. 따뜻하게 돌아야 할 기운이 식으니, 그 신호가 가슴과 눈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반대다. 화(火)가 너무 넘칠 때다.
이번에는 화(火)가 다스리는 자리가 상한다. 화(火)는 금(金)을 누르는데, 불이 지나치게 거세면 그 눌림을 받는 금(金), 곧 폐와 피부가 마른다. 옛 명리는 이때 마른기침이 나고,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가렵고, 숨이 얕아진다고 보았다. 위로 떠오른 열이 메마르게 하는 곳이 폐와 살갗이라는 것이다.
마음도 같은 줄에 꿰여 있다.
화(火)에 얽힌 감정은 기쁨이다. 다만 지나치게 들뜬 기쁨, 한시도 가라앉지 못하는 흥분은 도리어 심장을 흩뜨린다. 마음이 늘 떠 있어 쉬지 못하면 잠이 얕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꾸로 심장의 열이 뜨면, 별일 없이도 마음이 들뜨고 조급해진다.
물론 이것은 진단이 아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을 설친다고 사주부터 펴 단정할 일이 아니라, 거듭되는 신호라면 먼저 의사를 찾는 것이 맞다. 위의 이야기는 옛사람이 몸을 하나로 보던 사고방식일 뿐이다.
그 사고방식이 지금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 있다.
화(火)는 끊임없이 타오르며 자기를 드러내는 기운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가 꼭 그렇다. 더 밝게, 더 자극적으로, 한순간도 꺼지지 말라고 사방이 부추긴다. 우리는 늘 무언가에 달아오른 채, 좀처럼 불을 끄지 못한다. 그러나 식을 줄 모르는 불은 제 심지인 심장을 태우고, 마른 자리인 폐와 살갗을 거칠게 한다. 늘 흥분해 있던 사람이 어느 날 잠을 잃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그 꺼질 줄 모르던 열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화(火)가 거센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끔 불을 낮추는 일이다. 자극에서 잠시 눈을 떼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낮의 열기가 저녁이면 식듯 제 열을 한 번 내려놓는 일. 가장 오래 타는 불은, 환히 타오를 줄만 아는 불이 아니라 잘 식을 줄도 아는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