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어 다잡는 숨, 금(金)과 건강
다섯 기운 가운데 금. 폐와 대장에 깃든 가을의 기운으로, 그것이 약해 마를 때와 넘쳐 굳힐 때 몸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관점으로 읽는다.
몸을 다섯 기운으로 보는 그 눈으로, 이번에는 금(金)을 들여다본다.
금(金)은 거두고 다잡는 기운이다. 여름내 펼쳐진 것을 가을이 거두어 단단하게 굳히듯, 흩어진 것을 안으로 모아 매듭짓는 힘. 그 기운이 몸에서 머무는 자리가 폐와 대장이다. 폐는 숨을 들이고 내보내며, 대장은 다 쓴 찌꺼기를 거두어 내보낸다. 들이고 내보내는 숨, 거두어 비우는 일을 따라, 피부와 기관지에도 금(金)의 기운이 닿는다고 옛사람은 보았다.
폐가 건강하다는 것은, 이 들이고 내보내는 숨이 깊고 고르다는 뜻이다. 거둘 것을 거두고 비울 것을 비우듯이. 반대로 이 기운이 어긋날 때, 몸은 두 가지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첫째는 금(金)이 약해 마를 때다.
화(火)는 금(金)을 다스린다. 불이 쇠를 녹이는 관계다. 알맞으면 쇠를 벼려 쓸모 있게 하지만, 그 열이 지나치면 쇠가 마르고 녹는다. 금(金)의 기운이 약한데 화(火)가 너무 뜨거우면, 금(金)의 장부인 폐와 대장이 먼저 마른다. 옛 명리는 이때 마른기침이 나고, 목이 칼칼하며, 변이 굳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환절기마다 잔병치레가 잦다고 보았다. 촉촉해야 할 숨길이 마르니, 그 신호가 폐와 살갗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반대다. 금(金)이 너무 넘칠 때다.
이번에는 금(金)이 다스리는 자리가 상한다. 금(金)은 목(木)을 누르는데, 거두어 굳히려는 기운이 지나치면 그 눌림을 받는 목(木), 곧 간과 신경, 근육이 굳는다. 옛 명리는 이때 어깨와 목이 결리고, 몸이 뻣뻣하며, 신경통이 따른다고 보았다. 부드럽게 뻗어야 할 자리가 너무 다잡혀 굳는 것이다.
마음도 같은 줄에 꿰여 있다.
금(金)에 얽힌 감정은 슬픔이다. 풀지 못한 슬픔이 쌓이면 가슴이 막혀 숨이 얕아진다. 깊이 슬픈 날 자꾸 한숨이 나오고 기운이 빠지는 것이 그렇다. 거꾸로 숨이 얕고 기운이 가라앉으면, 별일 없이도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다.
물론 이것은 진단이 아니다. 기침이 잦거나 어깨가 자주 결린다고 사주부터 펴 단정할 일이 아니라, 거듭되는 신호라면 먼저 의사를 찾는 것이 맞다. 위의 이야기는 옛사람이 몸을 하나로 보던 사고방식일 뿐이다.
그 사고방식이 지금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 있다.
금(金)은 흩어진 것을 거두어 다잡는 기운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늘 자기를 다잡으라는 말을 듣는다. 빈틈없이, 흐트러짐 없이, 더 단단하게. 그래서 어깨에 힘을 준 채 숨조차 얕게 쉬며 산다. 그러나 거두어 굳히기만 하고 한 번도 풀지 못한 기운은, 제 숨길인 폐를 마르게 하고 부드러워야 할 자리를 굳게 한다. 늘 긴장해 있던 사람이 어느 날 어깨가 굳고 숨이 가빠지는 것은, 다잡기만 하던 기운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잡기를 강요받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끔 힘을 빼고 깊이 숨 쉬는 일이다. 어깨를 내리고, 참았던 슬픔을 한 번 흘려보내고, 가을 들녘이 거둔 뒤 텅 비어 쉬듯 제 안을 한 번 비우는 일. 잘 거두는 기운은, 잘 풀어 줄 줄 알 때 비로소 몸을 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