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과 용신을 한 이름으로, 격명(格命)
격국이 사주의 그릇이라면 용신은 그 그릇을 살리는 글자다. 둘을 묶어 사주 한 채에 이름을 붙이는 격명을, 두 사주로 읽는다.
앞서 격국 이야기에서 사주의 그릇을 보았고,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그릇을 살리는 글자, 용신을 보았다. 이제 둘을 한자리에 놓을 차례다. 격국이 사주가 어떤 모양의 그릇인지를 말한다면, 용신은 그 그릇이 제구실을 하도록 받쳐 주는 글자다. 이 둘을 묶어 사주 한 채에 이름을 붙이는 일, 그것을 격명(格命)이라 한다.
이름을 붙인다는 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무슨 격에 무엇을 쓴다"는 한마디가 서면, 흩어져 있던 여덟 글자가 비로소 한 채의 집으로 읽힌다. 어디가 기둥이고 어디가 약한 곳이며 무엇으로 떠받쳐야 하는지가 그 이름 안에 담긴다. 사주를 보는 사람끼리 긴 설명 없이 사주 하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이 이름 덕이다.
사주 둘로 본다. 둘 다 격이 먼저 서고, 그 격을 살리는 용신이 뒤따라 이름을 완성한다.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설명을 위해 세운 사주다.
하나, 편인격에 재를 쓴다
時 日 月 年
丁 丙 甲 丁
酉 寅 辰 未
↑ 일간 丙
날의 위 글자가 병(丙), 화(火)다. 태어난 달의 위에 갑(甲), 큰 나무가 떠 있고 일의 아래에도 인(寅), 목(木)이 받친다. 목은 화를 살리니, 나를 낳아 주는 기운이 든든하다. 나를 받쳐 주는 이런 기운이 사주의 틀을 이루면 편인격(偏印格)이라 한다. 격이 먼저 섰다.
받쳐 줌이 든든하면 일간은 힘이 넉넉하다. 그러나 힘만 넘치고 그 힘을 쓸 데가 없으면 사주가 답답해진다. 이 사주에는 마침 시의 아래 유(酉), 금(金)이 있다. 병화에게 금은 재(財), 곧 내가 다루어 거두는 기운이다. 넉넉한 화기가 진(辰)과 미(未)의 토를 거쳐 그 금으로 흘러드니, 든든하던 힘이 비로소 결실을 맺을 자리를 얻는다. 그래서 용신은 재인 금이다. 편인격에 재를 쓴다, 이 한마디가 사주의 이름이 된다.
둘, 상관격에 인수를 쓴다
時 日 月 年
壬 辛 辛 丁
辰 未 亥 亥
↑ 일간 辛
이번엔 날의 위 글자가 신(辛), 금(金)이다. 태어난 달이 해(亥)이고 시의 위에 임(壬), 수(水)가 떠 있다. 금은 수를 낳는데, 이 사주는 그 낳아 내는 기운이 유난히 세다. 제 기운을 활달하게 쏟아 내는 이런 자리를 상관(傷官)이라 하고, 그것이 사주의 틀을 이루니 상관격(傷官格)이다. 격이 섰다.
그런데 쏟아 냄이 지나치면 정작 일간이 헛헛해진다. 내보내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는 까닭이다. 이때 받쳐 줄 글자가 토(土)다. 지지의 미(未)와 진(辰) 속에 든 토는 일간을 낳아 기운을 메워 준다. 나를 받쳐 주는 이 기운이 인수(印綬)다. 상관으로 쏟아 내되 인수로 채우니, 나가고 들어옴이 한 호흡으로 돈다. 그래서 이 사주의 이름은 상관용인격(傷官用印格), 상관격에 인수를 쓴다가 된다.
이름이 서면 집이 선다
두 사주는 같은 길을 걸었다. 먼저 사주가 어떤 격인지를 세우고, 그 격을 살릴 용신을 뒤이어 붙여 하나의 이름으로 묶었다. 편인격에 재를 쓰고, 상관격에 인수를 쓴다. 격은 그릇의 모양이고 용신은 그릇을 살리는 손길이니, 둘이 한 이름으로 만나야 사주가 비로소 한 채의 집으로 선다. 지금까지 배운 여러 용신법은, 결국 이 이름의 뒷글자를 무엇으로 채울지를 찾는 일이기도 했다.
이름을 붙인다는 건 묘한 일이다. 같은 글자들이 흩어져 있을 때는 그저 여덟 자였다가, 이름을 얻는 순간 한 채의 집이 되고 한 사람의 결이 된다. 나는 사주에 이름이 서는 그 순간이 늘 조금 신기하다. 안다는 것은 어쩌면, 흩어진 것에 알맞은 이름 하나를 찾아 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