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으로 봄을 기다리는 것, 축(丑)
자 다음에 오는 축. 겨울의 끝, 봄을 코앞에 둔 새벽의 언 땅으로, 가장 더딘 인내가 하는 일을 읽는다.
자(子) 다음에 축(丑)이 온다.
자(子)가 한겨울 한밤이라면, 축(丑)은 그 겨울의 끝자락이다. 음력 섣달, 새벽이 오기 직전의 가장 추운 시각, 축시(丑時)다. 띠로는 소. 묵묵하고 우직한 그 짐승이 축(丑)의 성질을 잘 보여준다.
오행으로 축(丑)은 흙(土)이다. 그러나 따뜻한 흙이 아니라 꽁꽁 언 땅, 동토(凍土)다. 물기를 머금은 채 얼어붙은 흙. 겉으로는 단단하고 죽은 듯하지만, 그 속에는 봄이 오면 풀려날 물기와 씨앗이 들어 있다.
축(丑)의 일은 견디는 일이다.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았다. 가장 추운 때를 지나고 있다는 것은, 곧 풀릴 때가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축(丑)인 사람은 그 시기를 묵묵히 견딘다. 화려하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한번 마음먹은 일은 소처럼 끝까지 밀고 간다.
더디다고 약한 것이 아니다. 묵묵히 쌓인 것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너무 오래 참기만 하면, 그 끈기가 고집이 되고 미련이 되기도 한다. 풀려야 할 때에도 언 채로 버티는 흙처럼.
이쯤에서 지금을 생각한다.
지금은 빠른 결과를 원하는 시대다. 한 달 안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방법이 틀렸다고 여기고, 당장 보상이 없으면 그만둔다. 묵묵히 오래 쌓는 일은 미련해 보인다. 견디는 사람보다 빨리 갈아타는 사람이 영리해 보인다.
그러나 봄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땅은, 겨우내 가장 끈질기게 봄을 품고 있던 땅이다.
당장 표가 나지 않아도 묵묵히 견딘 시간은 헛되지 않다. 가장 더딘 걸음이 가장 멀리 간다는 말은, 아마 이 언 땅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