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을 뚫고 솟는 기운, 인(寅)
겨울을 지나 봄이 시작되는 인. 동트기 직전 솟아오르는 호랑이의 기운으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일의 용기를 읽는다.
축(丑) 다음에 인(寅)이 온다. 드디어 봄이다.
인(寅)은 음력 정월, 입춘(立春)의 자리다. 한 해의 추위가 끝나고 봄기운이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때. 시간으로는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 인시(寅時)다. 띠로는 호랑이. 그 기개와 용맹이 인(寅)의 기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행으로 인(寅)은 나무(木)다. 그것도 막 기운을 뻗기 시작하는 큰 나무. 겨우내 언 땅 밑에서 웅크리던 생명이, 이제 단단한 흙을 뚫고 위로 솟구친다. 자(子)가 씨앗을 품고 축(丑)이 그것을 견뎠다면, 인(寅)은 마침내 그 씨앗을 터뜨리는 자리다.
그래서 인(寅)에는 시작하는 힘이 있다.
머뭇거리지 않는다. 동이 트면 가장 먼저 일어나 움직인다. 인(寅)인 사람은 새로운 일에 겁이 없고, 앞장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호랑이가 숲을 가르듯 막힌 것을 뚫고 길을 낸다. 그 기세에 주변이 따라 움직인다.
다만 솟는 힘이 너무 급하면, 미처 여물기 전에 부러지기도 한다. 시작은 잘하지만 끝을 보지 못하는 조급함. 인(寅)이 늘 경계해야 할 자리다.
여기서 지금으로 눈을 돌린다.
지금은 시작이 쉬워 보이는 시대다. 누구나 무언가를 새로 벌이고, 도전하라는 말이 사방에 넘친다. 그러나 막상 첫발을 떼는 일은 늘 두렵다. 언 땅은 단단하고,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그 단단한 흙을 처음으로 뚫는 것은, 사실 가장 큰 용기가 드는 일이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따라가기는 쉽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솟아오르는 쪽이 어렵다. 봄이 봄인 것은 누군가 그 첫 흙을 뚫었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사람의 용기는 늘 그렇게, 가장 단단한 어둠 속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