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자라나는 부드러운 것, 묘(卯)
봄이 무르익는 묘. 아침 햇살 아래 한창 돋아나는 풀과 꽃의 기운으로, 부드러움이 어떻게 가장 강한 힘이 되는지 읽는다.
인(寅) 다음에 묘(卯)가 온다.
인(寅)이 언 땅을 뚫고 솟는 초봄이었다면, 묘(卯)는 그 봄이 한창 무르익는 때다. 음력 이월, 들판에 풀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절. 시간으로는 해가 막 떠오른 아침, 묘시(卯時)다. 띠로는 토끼. 그 부드럽고 민첩한 짐승이 묘(卯)를 닮았다.
오행으로 묘(卯)는 나무(木)다. 그러나 인(寅)의 큰 나무와는 다르다. 묘(卯)는 무성하게 돋아나는 풀과 화초, 새로 난 여린 가지다. 굵게 솟기보다 넓게 퍼지고, 부드럽게 번진다.
묘(卯)의 힘은 자라나는 데 있다.
봄 들판이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듯, 묘(卯)는 쉼 없이 자란다. 묘(卯)인 사람은 부드럽고 싹싹하다.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모난 데 없이 둥글어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봄볕 같은 사람이다.
다만 부드러움이 지나치면 줏대가 없어 보이고, 사방으로 뻗다 보면 정작 한곳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지금은 강해 보이는 것을 떠받드는 시대다. 단단하고, 분명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능력으로 읽힌다. 부드러운 것은 만만해 보이고, 둥근 사람은 줏대 없어 보이기 쉽다.
그러나 봄에 온 들판을 뒤덮는 것은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여린 풀이다.
바위는 한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풀은 어디로든 번지고 끝내 땅을 푸르게 덮는다.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힘이다. 가장 멀리까지 번지는 것은, 늘 가장 무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