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기 시작하는 서늘함, 신(申)
여름을 지나 가을이 시작되는 신. 서늘하게 식으며 거두기 시작하는 쇠의 기운으로, 벌이던 것을 거두어들이는 전환의 때를 읽는다.
미(未) 다음에 신(申)이 온다. 가을의 문턱이다.
신(申)은 음력 칠월, 입추(立秋)의 자리다. 한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서늘한 기운이 처음으로 스며드는 때. 시간으로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신시(申時)다. 띠로는 원숭이. 영리하고 재주 많은 그 짐승이 신(申)의 한 면을 보여준다.
오행으로 신(申)은 쇠(金)다. 봄과 여름이 자라고 퍼지는 계절이었다면, 가을은 거두고 다듬는 계절이다. 무성하던 것을 베어 알맹이만 남기는 서늘한 기운, 그것이 쇠의 일이다. 신(申)은 그 거두는 기운이 처음 시작되는 자리다.
그래서 신(申)에는 갈무리로 돌아서는 힘이 있다.
여름내 사방으로 뻗던 기운을, 이제 안으로 거두어들인다. 신(申)인 사람은 머리가 빠르고 재주가 많다. 상황이 바뀌면 곧장 방향을 틀고, 벌여놓은 것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접을지 영리하게 가려낸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다.
다만 재주가 많아 한 가지에 진득하지 못하고, 너무 일찍 거두려다 설익은 것까지 베어내기도 한다.
가을의 눈으로 지금을 본다.
지금은 멈추지 말라고만 하는 시대다. 더 키우고, 더 벌이고, 멈추면 끝이라고. 거두어들이는 일은 후퇴처럼 보이고, 손을 떼는 결정은 실패처럼 읽힌다.
그러나 거두지 않고 계속 벌이기만 하는 들판은 끝내 거칠어진다.
무성하게 자라는 것만큼이나, 무엇을 베어 남길지 가려내는 일도 능력이다. 가을이 와서 서늘해지는 것은 여름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자랄 만큼 자란 것을 이제 거둘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