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쇠, 경금(庚金)
일곱 번째 글자 경금. 제련되기 전의 거친 무쇠와 바위의 기운으로, 다들 둥글게 사는 시대에 끊어내는 단단함을 읽는다.
일곱 번째 글자는 경(庚), 쇠(金)다.
쇠라고 하면 반짝이는 보석부터 떠오르지만, 경(庚)은 그렇지 않다. 경(庚)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쇠다. 산에서 막 캐낸 원석, 시뻘건 무쇠, 길가의 거친 바위. 제련소에 들어가기 전의, 투박하고 단단한 금속이 경(庚)이다.
경(庚)은 날것의 금속이다. 사람 손에 갈리고 닦이기 전, 자연이 땅속에서 빚어낸 그대로의 쇠. 거칠지만 그만큼 강하다.
쇠의 성질은 자르는 데 있다.
가을이 오면 무성하던 잎이 떨어지고 열매만 남는다. 거두기 위해 베어내는 서늘한 기운, 그것이 경(庚)의 기운이다. 경(庚)인 사람은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잘라야 할 것은 잘라낸다. 우유부단함과는 거리가 멀다. 한번 한 약속은 지키고, 의리를 무겁게 여긴다.
그러나 너무 단단한 쇠는 부러진다.
굽힐 줄 모르고, 거칠게 말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 끊어내야 할 자리에서 도리어 부러지고 만다. 단호함과 모짊은 한 끗 차이다. 베는 힘이 곧 상처를 내는 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모두가 둥글게 살라고 말하는 시대다. 모나지 말고, 적당히 맞춰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 사람은 까칠하다는 말을 듣기 쉽다. 거절은 미안한 일이 되었고, 단호함은 인색함처럼 보인다.
그러나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 끌려다닌다.
아닌 관계, 아닌 일, 아닌 자리를 끌어안고 있다가 정작 자기를 잃는 사람이 많다. 경(庚)은 말한다. 베어내는 것은 모진 것이 아니라고. 끊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끝내 제 열매를 지킨다.
아닌 것을 끌어안고 버티는 일을 우리는 흔히 인내라 부른다. 그러나 가을이 잎을 떨구듯, 끊어내는 것이 더 큰 용기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