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 닦여 빛나는 것, 신금(辛金)
경금 다음에 오는 신금. 제련을 거쳐 보석이 된 금속의 기운으로, 완벽하고 세련되어 보여야 하는 시대의 피로를 읽는다.
경(庚) 다음에 신(辛)이 온다.
같은 쇠지만 손길을 거친 정도가 다르다. 경(庚)이 산에서 막 캐낸 거친 무쇠라면, 신(辛)은 그 쇠가 불을 거치고 사람 손에 갈려 완성된 것이다. 보석, 잘 벼린 칼, 바늘, 닦아놓은 거울.
신(辛)은 다듬어진 금속이다. 거친 원석이던 경(庚)이 제련소의 불과 숫돌을 지나 비로소 빛을 얻는다. 갑(甲)·병(丙)·무(戊)·경(庚)이 날것의 자연이었다면, 을(乙)·정(丁)·기(己)·신(辛)에는 손길이 닿아 있다. 신(辛)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글자다.
다듬어진 것은 빛난다. 그리고 예리하다.
보석은 작은 흠도 용납하지 않는다. 잘 벼린 칼은 종이 한 장도 깔끔하게 가른다. 신(辛)인 사람이 그렇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눈썰미가 날카롭다. 어설픈 것을 못 견디고, 자기 자신에게도 높은 기준을 들이댄다. 보석이 제 가치를 알듯, 신(辛)은 자존심이 높다.
그러나 너무 잘 벼린 날은 자기 손까지 벤다.
작은 흠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자기를 갈고, 남의 허물에 날카로워지고, 빛나는 겉모습 안에서 외로워진다. 다듬어진 것은 차갑다. 보석은 아름답지만 따뜻하지는 않다.
여기서 지금으로 눈을 돌린다.
지금처럼 잘 다듬어진 모습을 요구하는 시대도 드물다. 흠 없는 사진, 빈틈없는 이력, 매끈하게 정리된 삶.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를 보석처럼 갈고 닦아 내건다. 조금이라도 거칠거나 어설픈 부분은 깎아내고 가린다.
그러나 끝없이 갈기만 하면, 갈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작은 흠 하나를 못 견뎌 스스로를 깎고 또 깎다 보면, 빛은 나도 마음은 자꾸 얇아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자리에 오히려 사람의 온기가 머문다는 것을, 잘 닦인 보석은 자주 잊는다.
흠 없이 빛나려 자기를 깎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 거친 자리에 머물던 온기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게 된다.